(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성적 부진에 팬들로부터 지탄받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가 감독 경질을 발표한 시점 때문에 한 번 더 혼났다.
첼시는 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그레이엄 포터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포터 감독은 지난해 9월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 그런데 포터 체제에서 첼시는 7개월 동안 7승 5무 8패의 저조한 성적을 냈고, 순위는 11위까지 떨어졌다.
성적이 악화하자 첼시 팬들은 사령탑 교체를 요구한 것은 물론, 구단주가 된 지 1년도 안 된 토드 보얼리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팬들에게 이날 첼시의 감독 경질 발표는 '후련한 소식'일 법했다.
그런데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다.
첼시 여자축구팀(첼시 위민)이 한창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포터 감독 경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첼시 위민은 이날 애스턴 빌라 원정 경기를 치르던 중이었다. 전반에만 3골을 넣고 3-0으로 이겼는데, 구단은 후반전이 막 시작했을 때 포터 감독 경질 '오피셜'을 홈페이지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띄웠다.
리그 4연패에 도전하는 첼시 위민에 애스턴 빌라전은 중요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첼시 위민은 승점 40으로 2위에 올라 있고, 맨유는 승점 4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첼시 위민이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다.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한 팬은 트위터에 "여자팀이 리그에서 큰 경기를 치르는 도중에 그런 발표를 한 것은 정말 무례하다"며 구단을 비판했다.
유럽 여자축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22 여자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여자 유로 2022)에서 우승한 잉글랜드의 여자축구 열기가 뜨겁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 유로 우승 뒤 WSL 관중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첼시 팬들이 남자팀 감독 경질 시점을 두고 구단을 비판한 것은 WSL이 더는 무시할 수 없는 리그가 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한편, 에마 헤이스 첼시 위민 감독은 포터 감독의 경질에 대해 "화가 난다. 모두가 팀이 잘 되기를 원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구단주가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그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