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에 우승 트로피를 넘겨준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만감이 교차한 얼굴로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세트 점수 2-0으로 앞서가다가 2-3으로 역전패했다는 아쉬움과 예상 밖으로 선전한 선수들에 대한 자부심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최 감독은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챔피언결정(5전 3승제) 3차전에서 패해 3연패로 시리즈를 마감한 뒤 "대한항공 우승을 정말 축하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잠시 미소를 보이기도 했던 최 감독은 "의외로 챔프전에서 리그 때보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아졌다. 사실 그래서 욕심을 낸 부분도 있었다"면서 "그렇게 해준 선수들에게 고마워서 (웃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2018-2019시즌 우승 이후 길었던 선수단 전력 재구성 과정을 거쳐야 했던 현대캐피탈은 젊은 선수가 성장해 4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복귀했다.
비록 시리즈는 내줬어도 최 감독은 "다시는 못할 거 같은 리빌딩이었다. 어린 선수들도 계속 (주전) 형들과 비교돼서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번 시즌 선수들이 이렇게 성장한 모습 보면서 지난 2∼3년을 헛되게 보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천안=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3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대한항공 점보스의 3차전 경기.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3.4.3 [email protected]
이어 "이제 세대교체를 완료한 현대캐피탈의 시대가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1위 팀인 대한항공을 맞아 최 감독은 총력을 다해 싸웠다.
그는 "선수 기용부터 전략과 전술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면서 "그걸 선수들이 따라와 줬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길었던 시리즈가 이제 막 끝났지만, 최 감독은 딱 하루만 쉬고 다시 '배구 영상의 바다'로 뛰어든다.
최 감독은 "새로 도입하는 아시아 쿼터에 대비해야 하고, 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가 떠날 거 같아서 외국인 트라이아웃도 준비해야 한다"면서 "시즌 동안 성장한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 들어가서 더 성장하는 길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눈물을 꾹 참았던 최 감독은 마지막에 젊은 선수들 이야기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
양손 엄지를 세운 채 "진짜 엄지 '척' 해주고 싶다"며 "플레이오프부터 너무 걱정이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게 선수들에게 표현도 됐을 건데, 그걸 다 참아주고 저보다 더 재미있게 경기 하는 모습 보면서 좋았다"고 눈물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