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올해로 프로 입단 9년 차인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유격수 박찬호(27)는 매 시즌 유니폼이 완판될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선수다.
빠른 발과 현란한 수비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박찬호이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바로 타격이다.
2014년 데뷔 후 통산 타율 0.234 375안타를 기록했지만, 볼넷 129개에 출루율이 0.291로 저조하다. 선구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장타력에서 아쉬움이 크다. 통산 5홈런에 장타율도 0.29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KIA 팬들은 박찬호의 유격수 수비에 대해선 여전히 신뢰를 보내지만, 2021시즌 종료 후 입대를 한 최원준을 대신해 리드오프를 맡기에는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찬호도 자신의 타격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타격을 보완할 최적의 방법이 바로 '힘 키우기'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5일 KIA 1군 선수들이 동계 훈련 중인 전남 함평 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만난 박찬호는 지난해보다 체격이 월등히 커진 모습이었다. 휴식기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며 몸무게를 6㎏이나 늘렸다고 한다.
박찬호는 "비시즌에 개인적으로 운동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동계 훈련 중에도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체력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타력과 함께 콘택트 능력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박찬호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오른손 투수의 슬라이더에 약점을 보였다.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공에 약하다"면서 "밀어치기 능력이 뛰어난 김선빈 형이 가볍게 맞추라고 조언해줬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지난해까지 25번이었던 등번호를 올 시즌 1번으로 바꿨다.
이를 두고 팬들은 1번 타순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전망도 했지만, 박찬호는 손사래를 치며 우연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박찬호는 "이범호 타격코치님에게 25번을 물려받으면서 등번호가 부끄럽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코치님에게 등번호를 바꾸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러라고 하셔서 바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등번호를 1번으로 바꾼 김에 타순도 1번을 노려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질문에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박찬호는 "(리드오프는) 욕심을 낸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물론 제가 잘 쳐서 1번 타순을 맡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잘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제가 하는 만큼 타순에 배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를 '팀의 가을야구 진출'로 잡은 박찬호는 특히 올 시즌 새로 합류한 고졸 신인 김도영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 주로 유격수 자리에서 경기를 뛴 김도영은 올 시즌 1·2군을 오가며 박찬호를 뒷받침하는 백업 유격수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호는 "아직 김도영의 수비를 직접 보지 못해서 빨리 실제로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누구든 잘하면 주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KIA 1군 선수단은 지난 1일부터 함평 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동계 훈련을 진행 중이다. 영하 4℃의 추운 날씨에도 KIA 선수들은 김종국 감독이 팬들에게 약속한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굵은 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자가 격리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숙소에서 대기 중이던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0)도 5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아 훈련에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