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지난 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자, 현지 축구 팬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자국 남자 축구대표팀에 대한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의 한 누리꾼은 "이러한 축제의 순간에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제발 중국 축구에서 남자 축구 쓰레기들을 쫓아내 달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남자팀은 자라면서 모든 것을 누렸지만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아들이고, 여자팀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지만 매우 희망적인 딸"이라고 비아냥댔다.
앞서 중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설날인 지난 1일 열린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베트남에 지며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중국 팬들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분위기를 망쳤다며 격분했다.
웨이보에는 순식간에 분노의 댓글 수백만 건이 쏟아졌고, 어떤 이는 경기 결과에 분노해 TV를 부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중국 팬들은 그로부터 닷새 후 전해진 여자팀의 우승 소식에 열광하면서 동시에 남자 대표팀을 비꼬는 인터넷 밈(meme·인터넷에서 패러디나 재창작의 소재로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을 만드는 등 남자팀의 참패를 다시 저격하고 나섰다.
누리꾼이 만든 밈 중에는 남녀를 구분한 픽토그램을 활용해 남성의 머리 부분의 동그라미를 떼어 내 여성의 발밑에 놓인 축구공으로 묘사한 것도 있다.
'축구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 중국 정부는 축구대표팀을 2050년까지 세계 최강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축구 굴기'를 향한 과감한 육성책을 실시하고 있다.
2015년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축구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 2만개가 훨씬 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축구 전문학교로 지정하는 등 축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진출한 것을 빼고는 '꿈의 무대'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