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이경훈(31)이 '골프 해방구'에서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한다.
이경훈은 11일(한국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근교 도시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오픈(총상금 820만달러)에 출전한다.
이경훈에게 WM 피닉스오픈은 '약속의 땅'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이경훈은 나흘 내내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2방을 터트리며 6타를 줄인 브룩스 켑카(미국)에게 1타가 모자랐다.
작년 피닉스오픈 준우승은 이경훈이 PGA 투어 챔피언에 오른 전환점이 됐다.
PGA 투어 진출이라는 소망을 이뤘지만 이렇다 할 성적이 없어 애를 태웠던 이경훈은 작년 이 대회를 통해 켑카를 비롯한 최정상급 선수들과 겨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장착할 수 있었다.
당시 이경훈은 "다음에도 비슷한 기회가 온다면, 꼭 기회를 잡고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 이경훈은 피닉스오픈 준우승 석 달 뒤 AT&T 바이런 넬슨을 제패해 생애 첫 우승을 따냈다.
이번 시즌 들어 아직 톱10 입상이 없는 이경훈은 기분 좋은 추억이 서린 TPC 스코츠데일에서 또 한 번 반등의 계기를 노린다.
그러나 이경훈은 작년과 코스는 같지만 다른 분위기에서 대회를 치러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5천명이던 관중 입장 제한이 올해는 풀렸기 때문이다.
'골프 해방구'라 불리는 피닉스오픈은 다른 대회에서는 절대 금지하는 고성방가와 음주가 허용된다. 응원뿐 아니라 야유를 해도 된다.
PGA 투어 대회 가운데 가장 관중 친화적이라는 이 대회는 하루 10만명이 넘는 갤러리가 몰려 선수들의 혼을 빼놓는다.
고대 로마 시대 검투 경기장을 연상케 해 '콜로세움'이라 불리는 16번 홀(파3) 3층 관람대도 올해는 관중으로 꽉 채워질 전망이다. 16번 홀 관람대는 2만명까지 수용한다.
최근 2차례 대회 연속 공동 11위에 올라 아쉬움을 삼켰던 김시우(27)도 휴식을 마치고 출격한다.
강성훈(35)과 노승열(31)도 출전한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세계랭킹 1위 욘 람(스페인)이다. 피닉스에서 대학을 다닌 람은 TPC 스코츠데일이 홈 코스나 다름없다.
장타력과 볼 스트라이킹이 빼어난 선수에게 아주 유리한 코스라 람에게 입맛이 맞는다.
아마추어 때 한번, 프로 전향 뒤 5번 등 모두 6번 출전해서 16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다만 공동 5위가 최고 성적이라는 사실은 람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곳에서 두 번 우승한 켑카는 타이틀 방어와 세 번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패트릭 캔틀레이, 저스틴 토머스, 조던 스피스, 잰더 쇼펄레(미국),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