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 연말 야구계에 파다했던 소문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현실로 드러났다.
3년 임기의 정지택 KBO 총재가 불과 취임 1년 만에 중도 사퇴했다.
정 총재는 8일 퇴임사를 통해 "프로야구가 되살아나기 위해 개혁을 주도할 KBO 총재를 새로운 인물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시즌 전반기 막판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 무리하게 리그를 중단시킨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정 총재는 KBO 창설 이후 4번째 단명 총재가 됐다.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40년간 총 14명의 총재가 거쳐 갔다.
평균 재임 기간이 2년 10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초대 커미셔너인 서종철(1981.12.11∼1988.3.27) 총재와 박용오(1998.5.27∼2005.12.11), 구본능(2011.8.22∼2017.12.31) 총재는 7년여 년 동안 KBO를 이끌었다.
하지만 정권의 낙하산이 극심했던 1990년대에는 총재들이 1년도 지나기 전에 교체되곤 했다.
제6대 KBO 수장인 오명(1993.11.26∼1993.12.21) 총재는 불과 26일 만에 물러났다.
이후 권영해(1994.3.21∼1994.12.23), 김기춘(1995.2.8∼1996.6.8), 홍재형(1996.7.4∼1998.5.26), 정대철(1998.5.27∼1998.9.15) 총재가 모두 단명으로 끝났다.
KBO 직원들은 "업무보고 몇 번 하다 보면 총재가 바뀐다"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장기 플랜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총재가 자주 바뀌다 보니 구단 이기주의가 극심한 이사회에서 안건을 주도하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졌다는 지적이 높다.
반면 커미셔너(Commissioner) 제도를 창설한 미국 메이저리그는 101년 동안 커미셔너가 10명뿐이다.
1921년 초대 커미셔너로 추대된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는 1944년까지 무려 23년 동안 메이저리그를 이끌었다.
1990년대 선수노조의 파업을 수습하고 메이저리그의 최대 전성기를 연 버드 셀리그(1998∼2015년) 커미셔너도 23년 동안 재임했다.
현재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2015년부터 메이저리그를 이끌고 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들이 받는 연봉도 어마어마하다.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연봉은 1천100만달러(약 132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MLB.com과 MLB TV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했던 버드 셀리그의 연봉은 무려 2천200만달러(약 264원)를 상회했었다.
웬만한 슈퍼스타들보다 연봉을 많이 받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수익을 많이 올려주니 구단들이 그만큼 연봉도 많이 책정한 것이다.
반면 역대 KBO 총재 중 연봉이 가장 많이 받았던 이는 정운찬 전 총재다.
연봉 3억원과 활동비, 차량 유지비 등을 받았던 정 총재는 취임 초기 언론 인터뷰에서 프로야구 마케팅을 활성화해 인센티브를 받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공염불로 끝나고 말았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커미셔너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주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팀 성적이 최우선시되는 KBO리그에서는 총재의 권한도 그리 크지 않다.
이사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안건이 통과되는 현행 제도도 총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이 같은 '허수아비' 총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10개 구단이 밀실에서 차기 총재를 선임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총재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든, 공개 투표를 펼치든 차기 총재 추천 과정이 좀 더 투명해야 새 총재도 좀 더 책임감 있게 KBO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