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임순현 기자 = 9일 열릴 예정이던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날 "현대건설 선수 3명이 확진을 받았고 다른 선수들도 의심 증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오늘 경기를 불가피하게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6일 최초 확진자가 나왔고, 이후 하루에 한 명꼴로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현대건설 코치진, 선수, 구단 직원은 6∼8일 사흘 내리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거쳤다.
다행히 더 이상의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3차 PCR 검사 결과가 경기 당일인 이날 오전에야 나왔는데,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집단감염 우려를 들어 연맹에 공문을 보내 경기 일정 연기를 공식 요청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오미크론 잠복기와 PCR 검사 음성 판정 후 재확진 사례도 늘고 있고, 숙소 생활을 주로 하는 여자배구팀 상황에서 다른 팀으로의 전파와 집단 감염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전원 음성 판정이 나오긴 했지만, 일부 선수들은 목 아픔, 기침 등의 증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이 연맹에 요청한 경기 순연 기간은 8일부터 오는 15일까지다. 현대건설은 이 기간 도로공사전을 비롯해 IBK기업은행전(13일) 등 두 경기가 잡혀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경기 연기 요청에도 불구하고 연맹은 당초 이날 경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확진자를 제외하고 출전 가능한 선수 12명이 있으면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다는 이유였다.
연맹 관계자도 "매뉴얼대로 오늘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며 연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연맹은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돌연 경기 순연으로 입장을 바꿨다.
확진이 확인된 3명의 선수 외에 의심 증상이 있는 선수들이 추가로 확인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미 현대건설이 이날 오전 연맹에 코로나19 경과보고를 하면서 음성 판정을 받은 선수 중에도 목 아픔이나 기침 등 증상을 호소하는 선수가 있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의심 증상이 있는 선수가 추가로 존재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연맹이 매뉴얼을 형식적으로만 검토한 뒤 경기 강행을 결정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뒤늦게 경기를 연기하면서 연맹은 원칙을 지키지도 못했고, 되려 현장의 혼선만 키웠다.
경기가 정상 진행되는 줄 알고 짐을 싸서 원정경기가 열리는 김천체육관으로 출발했던 현대건설은 급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연맹 관계자는 "경기를 강행할 경우 현대건설 선수단은 물론이고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에도 감염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긴급하게 경기 순연을 결정했다"며 "경기 출전이 가능한 선수가 12명이 있더라도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존재한다면 경기를 연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김천체육관으로 선수단 버스가 출발한 뒤에 경기 연기 결정을 전달받았다"면서 "다시 버스를 돌려 복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