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교통사고를 당한 기분이 들 만큼 허리와 목이 아프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KB)는 브라질과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을 치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박지수는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펼쳤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는 1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란코 제라비차 스포츠홀에서 열린 2022 FIBA 여자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브라질을 76-74로 꺾었다.
11일 세르비아에 패한 한국은 최종예선 1승 1패(승점 3)를 기록했다.
뒤이어 열린 다른 A조 경기에선 세르비아가 호주를 78-71로 꺾으면서 한국이 최소 조 3위를 확보, 1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브라질전 승리의 '일등공신'은 박지수였다.
박지수는 이날 20득점 13리바운드에 블록슛을 무려 11개나 곁들여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전반까지는 브라질 선수들과 맞서며 다소 애를 먹는 듯했으나, 후반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중심을 잡았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박지수는 "(브라질전을) 제일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선수가 잘해서 이기게 돼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어제(세르비아전) 경기를 너무 못했고, 오늘 전반까지도 부진해서 속이 상했는데 팀원들이 믿어주고 격려해줘서 후반에는 활약을 할 수 있었다"며 "팀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덧붙였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몸이 아프다는 그는 브라질 선수들을 상대하는 게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
박지수는 "(브라질 선수들을) 직접 보니 정말 크고 힘도 좋아 보이더라. 아시아에선 중국 선수들이 제일 키도 크고 힘이 좋은데 그 선수들을 떠올리면서 '할 수 있다,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전반에 파울이 많이 나와 당황하기는 했지만, 버텨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정선민 감독도 박지수의 활약에 흐뭇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 감독은 "지수가 한국 여자농구에선 내곽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해준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박지수의) 세 번째 파울이 나왔을 때는 고민도 했고 휴식을 줘야 하나 생각했지만, 본인이 파울 트러블도 관리를 잘할 거로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수가 없을 때 신장에서 열세고 제공권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어 조금 더 믿고 뛰게 했다. 신뢰와 믿음을 충족시키는 농구를 후반에 해줘 고맙다"고 전했다.
한국은 이날 오후 11시 호주와 최종예선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하면서 부담은 줄어들었다.
정 감독은 "오늘 베스트 5가 워낙 오래 뛰었고 마지막 승부처에서 체력을 소진했다. 이를 고려해서 선수들을 코트에 투입해야 한다"며 "벤치에서 많이 뛰지 못했던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코트에 내보내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경기를 하겠다. 스피드 있고 아기자기한 특유의 한국 농구를 보여주기 위해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