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맷 하비(33) 등 미국프로야구 전·현직 메이저리거 4명이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했다고 시인했다.
AP통신은 16일(한국시간)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투수 타일러 스캑스에게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전 에인절스 홍보팀 직원 에릭 케이에 관한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메이저리거 4명이 '케이로부터 옥시코돈 알약을 받고 복용했다'는 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약물 복용을 시인한 선수는 투수 하비와 마이크 모린, 캠 베드로시안, 1루수 C.J. 크론 등 4명이다.
하비는 공판에서 "2019년 에인절스에서 뛰기 전부터 코카인을 복용했다. 에인절스에서는 케이와 다른 마약상으로부터 옥시코돈 등을 받았다"며 "스캑스와도 옥시코돈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모린과 크론은 "케이와 장기간 옥시코돈을 거래했다"고 고백했다. 베드로시안은 "케이에게 옥시코돈 3∼4알을 받았지만, 한 개를 먹은 뒤 불편함을 느껴 나머지는 돌려줬다"고 증언했다.
옥시코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다. 아편에서 유래한 성분과 유사한 구조의 합성 마약제에 속한다.
전·현직 메이저리거 4명이 옥시코돈 등 마약성 진통제 복용을 인정하면서, 메이저리그는 '약물 스캔들'에 휩싸일 위기에 처했다.
시발점은 스캑스의 사망이었다.
스캑스는 에인절스에서 뛰던 2019년 7월 2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방문 경기를 앞두고 호텔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스캑스의 몸에서는 알코올 성분과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옥시코돈이 발견됐다. 스캑스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약물이 섞인 토사물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 검찰은 전 에인절스 홍보 직원 케이가 스캑스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제공한 정황을 파악해 기소했다.
케이는 "스캑스가 하비에게도 옥시코돈 등을 받았다"며 "스캑스가 사망하기 전날 밤 내가 주지 않은 약물을 복용하는 걸 보고 '누구에게 받은 것인가'라고 물었다. 스캑스는 '하비가 줬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비 등 당시 에인절스 동료 4명이 증인으로 소환됐고, 이들 모두 마약성 진통제 복용을 시인했다.
하비는 "클럽하우스와 더그아웃에서도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장 내에서도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메이저리그 내 약물 복용 실태 등에 관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