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돈을 대는 이른바 슈퍼골프리그에 가장 열성적으로 호응하는 필 미컬슨(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언론인을 살해하고 인권을 탄압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최근 골프 전문 기자 앨런 쉬프넉과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엮이기에는 겁난다"면서 "그들은 카슈끄지를 살해했다. 동성애자를 처형한다. 끔찍한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사우디 왕실을 비판했던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는 2018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부가 보낸 암살팀에 살해됐다.
미국 정보 당국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직접 지시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또 사우디는 동성애자, 여성 등 소수자를 제도적, 법적으로 억압하는 등 최악의 인권 탄압 국가로 정평이 났다.
이 때문에 사우디가 후원하는 슈퍼골프리그에 동참하는 선수들에게는 '피 묻은 돈'을 탐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미컬슨은 그러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운영 방식을 뜯어고칠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우디 편에 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골프는 우리가 치고 멋진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돈은 PGA투어가 가져간다. PGA투어는 이미 8억 달러의 현금을 비축하고 있다. 선수 영향력 지수(PIP) 보너스는 어떻게 마련하나. 2억 달러를 유럽투어에 투자했다. 마치 여기저기 돈을 퍼주는 자선단체 같다"면서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가는 게 어떻게 합법인가. 그러면서 더 많은 돈을 원하고, 양보는 하지 않고, 모든 걸 쥐고 있다"고 PGA투어를 비난했다.
"PGA투어는 민주적인 척하지만 실상은 독재체제"라는 미컬슨은 "선수들을 갈라치기 해서 지배한다. 상위권 선수들과 하위권 선수들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정상급 선수를 이용하고는 발언권도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컬슨은 "사우디가 우리 선수들에게 PGA투어 지도부와 맞설 힘을 줬다. 슈퍼골프리그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슈퍼골프리그라는 아이디어만으로도 PGA투어를 움직이게 됐다"고 말했다.
미컬슨은 "나와 뜻을 같이하는 선수가 20명 있다"면서 "PGA투어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슈퍼골프리그로 선수들이 떠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위협했다.
ESPN은 이런 미컬슨의 발언을 전해 들은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정말 이기적"이라면서 "그가 PGA 투어에서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미컬슨을 포함해 사우디가 그렇게 좋다면 가라고 해라. 아무도 안 말린다"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고 전했다.
한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디펜딩 챔피언 맥스 호마(미국)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타이거 우즈가 우승 트로피를 건네주는 대회는 거기 없다"면서 "돈이 좋긴 하다. 돈을 바라고 경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골프를 사랑해서 경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런데 작년에 이 대회에서 160만 달러를 벌었다"고 슈퍼골프리그 합류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