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박항서 전 베트남 대표팀 감독의 응원을 받은 프로축구 K리그2 서울 이랜드의 응우옌 반토안(27)이 "우린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가족 같은 관계"라고 화답했다.
반토안은 1일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1라운드 충북청주FC와 홈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 후반 36분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랜드는 2-3으로 패했지만, 반토안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경기였다. K리그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손흥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베트남에서 지지를 받는 반토안이지만, 한국 무대 데뷔전에서는 고전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슈팅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반토안을 응원하러 목동종합운동장을 찾은 박 전 감독은 하프타임에 기자들과 만나 반토안이 추위 탓에 이 경기에서는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박 전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은 이 정도 추위면 정말 춥다고 생각한다"며 "날씨가 더울 때는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반토안은 "오늘 3골을 내줘서 졌지만 2골을 따라붙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며 "다음 경기에는 몸싸움 등을 보완해 90분간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몸싸움, 체격 등에 대해서는 "내 장점은 속도다. 속도를 살려 다음에는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답하던 반토안은 경기력이 아닌 박 전 감독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미소를 보였다.
반토안은 "이렇게 와서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베트남에서도 경기 후에 같이 식사를 하곤 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박 전 감독은 앞서 "23세 이하(U-23) 대표팀까지 포함해 5년 4개월간 함께 했다"며 "따로 만나서 해줄 이야기도 없다. 나는 모레 아침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해서 (그 전에) 저녁이나 같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전해 들은 반토안은 "아마 감독님이 삼겹살을 먹자고 하실 것 같다"고 웃었다.
반토안은 "새로운 환경에서는 누구나 어려워한다"며 "한국에 와서 즐기고 있다. 새 동료들, 새 팬들과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동료들, 팬들과 경험이 내겐 가장 소중하다"며 "공격수라서 골을 넣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다음 경기에서는 골이든, 어시스트든 하나는 만들어서 승점을 따고 싶다"고 했다.
경기 전 반토안을 공격진의 핵심으로 꼽은 이랜드의 박충균 감독은 그가 점점 한국 무대에 적응할 것이라 봤다.
박 감독은 "속도가 있는 선수라서 공간이 있어야 활약할 수 있는데 먼저 실점해서 공간이 쉽게 생기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긴장도 많이 했다. 내가 봤을 때는 그렇게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며 "한국 축구에 차츰 적응하면 더 좋은 활약을 보일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