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사실상의 정규리그 1위 결정전'에서 승리한 대한항공 선수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짧은 세리머니를 끝낸 뒤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대한항공의 야전 사령관인 세터 한선수(38)는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한 뒤 "무척 중요한 경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의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게 돼 다행"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직 목표의 절반도 이루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승점 71·24승 9패)은 이날 승리로 2위 현대캐피탈(승점 66·22승 11패)과의 승점 차를 5로 벌렸다.
양 팀 모두 정규리그 3경기만 남겨 놓은 터라, 대한항공의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은 매우 유력하다.
대한항공의 올 시즌 최종 목표는 3시즌 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한선수는 "정규리그 1위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라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해야 나머지 절반(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채우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해 자신감은 크게 자랐다.
14득점 한 토종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28)은 "모든 선수가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상대 분석은 이미 끝난 상태다. 6라운드까지 오면 정신력이 더 중요해진다"며 "오늘은 우리 팀의 상대보다 더 간절했던 것 같다"고 했다.
정지석은 승부처였던 2세트 17-15에서 미들 블로커 송원근의 속공을 '일인 블로킹'했다. 대한항공이 승기를 굳힌 순간이었다.
그는 "현대캐피탈은 랠리에서도 속공을 자주 쓴다. 미들 블로커는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팀의 전술과 내 판단을 종합해 블로킹 득점을 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정지석은 "우리 팀 분위기가 한동안 처지기도 했다. 형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반성했다"며 "형들이 잘할 때 내가 묻어갔다. '나는 왜 코트에 있는가'를 생각하며 각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링컨 윌리엄스(30·등록명 링컨)였다.
링컨은 서브 에이스 5개를 포함해 총 20점을 올렸다.
링컨은 "특별히 현대캐피탈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서브를 넣을 때 특정 선수를 '타깃'으로 정한 정도"라며 "서브를 잘 넣기 위한 훈련을 했고, 오늘 잘 통했다. 우리 팀이 점점 좋은 모습을 되찾고 있어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