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10월 17일 한국 팀과 미 101 통신부대 팀 간의 야구 경기에서 양 팀 주장이 악수하는 모습.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45년 10월 17일 한국인 야구팀과 미 101 통신부대 야구팀의 경기. 공수를 결정하기 위해 동전을 던지자 관중석은 숨죽였다.
흰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듯한 한국 팀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했다.
감독이 작전을 지시할 때는 귀를 쫑긋 세웠고, 더그아웃에서는 '양반다리'를 한 채 진지한 모습으로 동료를 응원했다. 경기 결과는 4대3, 한국 팀의 승리였다.
국사편찬위원회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 해방 직후 열린 야구 경기 모습과 1950년대 한국을 찾은 미국 야구 선수 등을 담은 사진 자료를 6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수집한 것으로, 1946∼1950년에 촬영됐다.
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야구는 1904년 황성 YMCA 야구단이 창설된 것에서 시작됐으며 해방 직후인 1946년 실업리그를 조직해 경기를 운영한 것으로 파악된다.
1945년 10월 17일 한국 팀과 미 101 통신부대 팀 간의 야구 경기 중간에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45년 10월 17일에 열린 한국인 야구팀과 미군 야구팀의 경기 사진에서는 관중석의 모습, 양 팀 주장의 악수 장면, 작전 지시 상황 등 생생한 순간이 담겨있다.
미군 팀의 감독은 제임스 C. 그레이엄 중위로 확인되나, 한국 팀 감독은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 중에는 1950년 한국을 찾은 메이저리거의 모습도 눈에 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로 잘 알려진 조 디마지오, 당시 샌프란시스코 실즈 소속 레프티 오둘이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1월 김포공항에 도착한 모습부터 병사를 위문하는 순간도 볼 수 있다.
조 디마지오(당시 뉴욕 양키스 소속·맨 오른쪽)와 레프티 오둘(샌프란시스코 실즈 소속·가운데)이 1950년 11월 김포공항에 도착한 모습.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던 두 사람은 당시 병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일본의 도쿄육군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한 병사가 한국 국기를 펴 보이는 사진에서는 다친 병사를 위로하기 위한 메이저리거의 따뜻한 미소를 볼 수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1946∼1950년은 실업리그를 비롯해 청룡기, 황금사자기 등 고교 야구 경기가 열렸지만, 외국팀과의 경기는 거의 없었다"며 "해방 직후 외국팀과의 경기 모습을 담은 흔치 않은 자료"라고 설명했다.
자료는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누리집(http://archive.history.go.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과 일본을 위문 방문한 조 디마지오와 레프티 오둘 선수가 부상병과 만나는 모습. 1950년 11월 3일 촬영된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