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7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한신 타이거스의 연습경기.
3회말 교체 투입된 한국 구창모가 어두운 표정으로 강판하고 있다. 2023.3.7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구창모(NC 다이노스)와 이의리(KIA 타이거즈)는 여전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인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앞으로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 갈 좌완 듀오가 코 앞에 닥친 2023 WBC B조 본선 1라운드 호주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고전하는 모양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를 상대로 치른 WBC 공식 평가전에서 7-4로 이겼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치른 12일간의 합동 훈련에서 NC, KIA, kt wiz를 상대로 한 4번의 연습 경기와 3일 SSG 랜더스 2군을 상대로 벌인 연습 경기를 포함해 대표팀의 7번째 연습 경기이자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전날 오릭스 버펄로스의 2군 선수들에게 무기력하게 패한 대표팀은 이날에는 적시에 화끈한 타격을 뽐내며 화력으로 한신을 눌렀다.
(오사카=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7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한신 타이거스의 연습경기.
3회말 교체 투입된 한국 구창모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3.3.7 [email protected]
기분 좋은 승리로 WBC 본선 1라운드가 열리는 결전지 일본 도쿄돔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도 남겼다.
크게 기대를 모은 구창모와 이의리의 제구가 썩 좋지 않아서다.
디셉션(구종을 속이는 동작)이 좋고 팔 스윙도 빠른 구창모는 이날 2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선발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투수로 3회 등판해 ⅔이닝 동안 볼넷 2개를 주고 2실점 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두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준 게 화근이었다.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2사 2, 3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맞고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보냈다.
7회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배턴을 받은 이의리도 마찬가지였다.
첫 타자를 잘 잡아둔 뒤에 몸 맞는 공과 볼넷을 거푸 내주고 1사 1, 2루에서 정우영(LG 트윈스)으로 교체됐다.
1이닝도 채우지 못한 둘은 각각 23개(구창모), 13개(이의리)의 공을 던졌다.
이의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10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아내며 국제용 '닥터 K'로서 성장 가능성을 키웠다.
2017년 아시아 유망주들의 경연장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시리즈(APBC) 이래 6년 만에 성인 대표팀에 선발된 구창모는 그사이 몰라보게 높아진 위상을 앞세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특급 조커'가 될 것으로 촉망받았지만, 아직은 기대를 밑돈다.
(오사카=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7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한신 타이거스의 연습경기.
7회말 한국 이의리가 주자를 내보낸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3.3.7 [email protected]
부진의 원인으로는 공인구 적응이 첫손에 꼽힌다. 구창모는 대회 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적응을 마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실전 마운드에서 결과는 신통치 않다.
구창모와 이의리의 구속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변화구가 마음대로 포수 미트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강철 감독은 WBC와 같은 단기전에서 제구가 나쁜 투수를 경기에 기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최소 세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컨트롤이 좋지 않은 투수가 등판했다가는 전체 계투책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날 구창모와 이의리처럼 등판과 함께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거푸 내주면 마운드 운용은 꼬일 수밖에 없다.
(오사카=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7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한신 타이거스의 연습경기.
7회말 1사 상황에서 일본 와타나베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이의리가 모자를 벗고 사과하려 하고 있다. 2023.3.7 [email protected]
두 선수의 부진에 따라 일본전 계투 작전 수립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투좌타자가 많은 일본 타선을 막고자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좌완 투수를 일본전에 중용해왔고, 이런 전례에 따라 구창모와 이의리가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였다.
우리나라는 4강 진출 목표를 이루고자 반드시 꺾어야 할 9일 호주와의 1차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호주를 제압하면 14년 만에 WBC에서 맞붙는 10일 일본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2006·2009 WBC,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을 잇달아 제압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2019 프리미어12에서 일본에 두 번 연속 패하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완패해 최근 3연패로 밀렸다.
비록 일본에 전력상 뒤진다지만 모든 걸 건 '한판 대결'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점은 여러 국제대회에서 입증됐다.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위해서라도 구창모와 이의리의 부활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