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집권 3기 고강도 사정 대상이 된 중국축구협회가 정부 감독 당국 파견자들에게 '접수'되는 굴욕을 당했다.
4일 환구시보에 따르면 국가체육총국은 축구협회의 일상적 운영을 위해 리잉촨 체육총국 부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7명의 상주 실무팀을 협회에 파견했고, 이들은 이번 주부터 회의를 주재하는 등 업무를 시작했다.
최근 축구협회 요인들이 줄줄이 낙마한 데 따른 비상조치다.
이번 조치는 지난 1일 축구협회 당 서기인 두자오차이 체육총국 부국장이 '엄중한 기율 위반 및 위법' 혐의로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발표된 직후에 이뤄졌다.
두 씨는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동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축구 행정가다.
그에 앞서 작년 11월 리톄 전 남자대표팀 감독이 감찰 조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류이 전 사무총장과 천융량 전 상임 사무차장, 천쉬위안 회장, 왕샤오핑 기율위 주임, 황쑹 경기부장 등 축구협회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사정 대상에 올랐다.
결국 수뇌부 인사들의 잇따른 낙마로 조직을 이끌어갈 인사가 부족해진 축구협회는 관할 정부 당국인 체육총국의 비상 관리를 받는 처지가 됐다.
남자 대표팀이 2022카타르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잇달아 부진한 성적을 낸 뒤 고강도 사정까지 받게 되면서 중국 축구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중국이 당초 올해 6월부터 한 달간 개최할 예정이었던 남자축구 아시안컵 개최권을 작년 반납한 것도 주된 사유는 코로나19 방역이었지만, 선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축구대표팀의 실력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축구계 외부에서는 이번 '정풍'을 거쳐 중국 축구계에 거품이 빠지고, 조직이 환골탈태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