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좌타자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AP통신은 7일(한국시간) 야구 기록 통계회사인 엘리어스 스포츠 뷰로의 자료를 인용해 "MLB 시범경기 개막 후 열흘간 리그 타율은 0.26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0.259)보다 0.004가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내야 수비 시프트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좌타자들의 타율이 지난해 0.255에서 0.274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AP는 "아직은 많은 경기를 치르지 않아 수비 시프트 제한 조처와 타격 성적의 상관관계가 명확하다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타자들의 멘털과 자신감 회복엔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MLB 사무국은 경기 시간을 단축하고 박진감 있는 경기를 도모하기 위해 2023시즌을 앞두고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수비팀은 포수와 투수를 제외하고 내야에 최소 4명의 야수를 둬야 한다. 아울러 2루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서 있어야 한다.
이는 인플레이 타구 확률을 높이고 내야수들의 호수비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선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이 리그 성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레이스 감독은 AP와 인터뷰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진 않았지만, 이미 변화를 느끼고 있다"며 "해당 규정이 리그에 완벽하게 녹아든 뒤엔 더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은 장타자보다 내야 안타 등 단타를 많이 치는 선수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선수 시절 개인 통산 1천87개의 안타 중 840개를 단타로 친 마이애미 말린스의 존 제이 1루 코치는 "해당 규정은 스몰볼 야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으로 큰 영향을 받는 선수들도 많다.
극단적인 끌어치기를 하는 거포 좌타자 카일 슈워버(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지난 시즌 시범경기 타율이 0.207에 그쳤지만, 올해엔 5차례 시범경기에서 타율 0.308을 기록 중이다.
AP는 "슈워버는 지난해 전체 타석 중 90.5%에서 수비 시프트를 상대해야 했다"며 "그는 지난해 수비 시프트에 200개 정도의 타구가 걸렸으며 이는 삼진으로 아웃된 것과 비슷한 수치"라고 전했다.
물론 규정 변화에도 수비 시프트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지난 4일 보스턴 레드삭스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시범경기에서 상대 팀 좌타자 조이 갤로를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펼쳤다.
중견수를 우익수 바로 앞에 세우고 좌익수가 중견수 인근으로 이동한 변칙 시프트였다.
보스턴은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을 지키는 선에서 수비 시프트 방법을 찾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규리그 개막 후 이와 비슷한 다양한 변형 시프트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