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우리카드의 신영철 감독은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 한국전력과 맞붙은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업셋'을 당했던 악몽 때문이다.
당시 우리카드는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승점 차를 3으로 줄여 준PO를 끌고 간 한국전력의 일격에 당해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V리그에서는 3위 팀과 4위 팀의 승점 차가 3 이하면 두 팀 간의 준PO 단판 대결이 열린다. 승점 차가 3보다 크면 2위 팀과 3위 팀의 플레이오프(PO)가 봄 배구의 막을 연다.
신영철 감독은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OK금융그룹을 제압하고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출전을 확정한 뒤 "지난 시즌 한국전력에 (준PO에서 지는) 그런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바로 PO에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선수들의 컨디션과 부상을 관리하면서 삼성화재, 대한항공과의 경기를 잘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카드(승점 53·18승 16패)가 잔여 두 경기를 모두 이겨 승점 59를 쌓더라도 4위 한국전력(승점 47·15승 18패)이 잔여 3경기에서 승점 9를 챙긴다면 준PO를 치러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 감독은 잔칫날에도 개선할 점부터 지적했다.
신 감독은 "우승권에 가려면 배구에 대한 기술과 인지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데 우리 팀은 부족한 점이 많다"며 "(주전 미들 블로커) 김재휘가 (수술로) 빠지면서 센터 쪽 경험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팀의 긍정적인 변화를 묻자 "선수들이 처음보다 열정과 의욕이 나아진 것은 긍정적"이라며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를 따라주려 하고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를 해주려는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깊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3위 우리카드와 4위 한국전력이 부진하면 준PO를 노려볼 수도 있으나 석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석 감독은 "다른 팀이 그렇게 (부진)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창피한 것"이라며 "그런 기대는 안 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못하고 아쉬웠던 걸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공격수 조재성의 병역 비리, 차지환의 무릎 부상 등 악재를 핑계로 대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석 감독은 "그런 걸로 봄 배구에 못 갔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며 "프로는 어떤 일 있어도 그걸 이겨내야 하고 승리해야 한다. 그냥 우리카드가 더 잘했고 OK금융그룹의 실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날 주장 차지환에 대해선 "베스트 컨디션을 위해 몸 상태를 준비했어야 하는데 준비돼있지 않았다"며 "코트에 들어가서도 파이팅이 없었고 날아오는 서브를 피해 다녔다. 주장이 역할을 못 하면 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크게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