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는 한국 야구대표팀 최고참 선수는 '백업 포수' 이지영(37·키움 히어로즈)이다.
주전 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의 뒤를 받치는 임무를 맡은 이지영은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캠프에서부터 한 번도 취재진과 인터뷰하지 않다가 호주전을 앞두고서야 마이크를 잡았다.
이지영은 호주전을 앞둔 9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진행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팀에 처음 오는 거라 잘 준비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백업 포수의 첫 번째 임무는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잘 받아주는 것이다.
원래부터 불펜 투구 때 투수의 기를 살려주는 달인으로 이름난 이지영은 대표팀 투수들의 공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 보조구장 불펜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투수 김윤식이 이지용 포수로부터 투구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2023.2.27 [email protected]
이지영은 "(투수들이) 미국에서는 날씨도 안 좋아서 WBC 공인구에 적응하느라 고생했는데, 한국 잠시 와서 고척돔부터 점점 공인구 적응하더니 도쿄에 와서는 자기 공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모든 경기에 포수로 마스크를 쓸 수 없다.
체력 배분을 위해 이지영도 경기 후반이나 체코, 중국전은 출전해야 한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소속팀 키움에서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주전 마스크를 써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이지영은 "단기전과 장기전은 다르게 볼 배합을 해야 한다. 다양한 투수 공을 많이 받아 봤고, 다양하게 쓸 생각"이라고 했다.
백업 포수는 경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아 타격감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이지영은 "원래 홈런 타자가 아니라 상황에 맞춰서 배팅하는 스타일이다. (키움에서도) 뒤에서 많이 뛰어봤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잘 알아서 몸도 잘 만들어진 상태"라고 자신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과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의 평가전.
8회초 대표팀 포수 이지영이 이닝 종료 뒤 박건우의 격려를 받으며 더그아웃에 들어오고 있다. 2023.2.20 [email protected]
이지영은 4일 일본으로 건너갈 때 혼자 비즈니스석에 앉았다.
KBO가 대표팀 최고참 대접을 해준 것이다.
당시 불편한 표정으로 비즈니스석에 앉은 이지영은 후배들의 놀림을 한 몸에 받았다.
이지영은 "후배들이 '할아버지는 앉아서 가야 한다', '아예 코치 쪽으로 가라'면서 놀렸다"며 웃었다.
스스럼없이 최고참 선배를 놀린 이 일화를 통해 대표팀의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지영은 "저도 불편한 마음 갖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선수들에게 다가가 어린 선수들과 장난도 치면서 지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