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 김포FC가 유소년팀 10대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년 만에 가해자로 지목된 코치진을 해임했다.
그간 해임을 미뤄왔다고 비판받은 서영길 대표이사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사퇴 회견'에서 진상조사를 담당한 스포츠윤리센터(이하 센터)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기관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질 여지를 남겼다.
서 대표는 6일 경기도 김포의 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오늘 인사위원회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감독, 코치와 제출하지 않은 코치까지 모두 3명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이들과) 계약을 연장할 당시 유소년 축구단 운영에 물의를 빚거나 민형사적 책임 등으로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되는 경우, 그 밖에 단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임이 가능한 게 계약서 별첨 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포FC 유소년 축구팀 감독과 2명의 코치는 전날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팀 소속 10대 A군을 폭언, 체벌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지난해 4월 27일 오전 2시께 김포시 마산동 기숙사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긴 A4 용지 5장 분량 유서에는 지도자들의 언어폭력, 동료들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담겼다.
구단은 코치진 외 A군을 집단 따돌림 가해자로 지목된 유소년 선수 6명은 별도 징계 없이 팀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김포=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문화연대 등 4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청 앞에서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김포FC 유소년 선수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3.14 [email protected]
'학폭' 정황을 따져보던 교육 당국이 이들 선수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조치라고 서 대표는 설명했다.
김포 구단은 사건 발생 1년 만에야 공식적으로 '가해자'의 거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냈다.
유족·시민단체가 신속한 징계를 요구했지만, 구단은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난해 문제의 지도자들과 재계약해 지탄을 받았다.
서 대표는 이같은 사회적 논란이 불거진 게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 대표는 "모든 비판과 책망은 제게만 해달라. 사죄하는 마음으로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구단 이사장인 김병수 김포시장의 의사가 반영됐냐는 질의에는 "아니다. 재단의 모든 운영 권한은 내게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포 측은 수사 기관 등을 통한 진상 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선제적으로 징계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사실관계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조사 권한을 가진 스포츠윤리센터와 경찰 조사를 엄중히 지켜봤다"며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며 (구단 조치가) 유족분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을 구단 대표, 책임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기관을 통해서도 직접적인 가해 사실을 (구단이)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들 기관이 늦어도 지난해 8월까지는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해 5월 조사를 시작했지만, 최종 결과를 발표한 건 8개월이 지난 올해 초였다.
센터는 지도자들과 일부 동료 선수가 A군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이들에 대한 '징계 요청'을 최종 의결했다.
(김포=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문화연대 등 4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청 앞에서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김포FC 유소년 선수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3.14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해 센터 측은 조사 인력이 적고 참고인이 많아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고, 또 결과를 구단에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고 한다.
상위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사 결과를 송부하는 일 외에는 '권한 밖'이라는 설명이다.
'유감'의 대상이 된 센터는 기자회견이 끝난 지 4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김포FC 대표이사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센터는 "지난해 5월 초부터 8개월간 관련인 26명의 진술을 확보했고, 피신고인 12명에 대한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며 "지난해 8월께 조사가 진행되던 이 사안에 대해 담당 조사관이 별도 발언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기업 등 조직이 법원과 같은 외부 기관의 확정 판결을 받은 후에야 부랴부랴 내부 징계에 나서는 '소극적' 관행이 이번 사태에도 반복됐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사퇴 회견이 된 이 자리에서도 서 대표는 이런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 대표는 "아이가 사망했는데 이렇게 조사가 늦어질 수 있는지 우리 같은 재단,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엄중한 사안이라 신속히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해) 8월이라는 기한을 받아 우리는 기다리는 입장이었고 학폭과 관련된 아이들 6명이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전면 재조사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구단이 자체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고 했다.
서 대표는 "우리는 절대 조사를 할 수 없다. 사법기관이 분명히 판단해주시리라 믿고 있다. 우리가 조사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들 지도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협회가 징계 무효 소송 등 법적 공방 가능성도 염두에 둔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