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속공에서 3점을 허용해 진 것 같아요. (나머지는) 정상 수비가 잘 된 것 같은데 그런 게 아쉽죠. 그건 경기가 진행 중에 나온 거라 누구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6강 플레이오프(PO) 2차전까지 내준 프로농구 전주 KCC의 전창진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허탈하고 아쉬운 심정을 밝혔다.
KCC는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6강 PO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5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2-98로 졌다.
3쿼터 막판 정창영이 김선형의 드리블을 쳐낸 후 속공 득점으로 15점 차를 만들었지만 4쿼터에만 3점 3방을 터뜨린 허일영의 매서운 외곽포에 추격을 허용했다.
전창진 감독이 언급한 '속공 3점'이 바로 허일영의 손끝에서 나왔다.
부지런히 속공 상황마다 외곽슛 기회를 찾아 뛴 허일영은 4쿼터 필드골 5개를 모두 성공하는 기염을 토하며 13점을 몰아쳤다.
결국 연장에서 라건아가 5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 족쇄가 풀린 자밀 워니가 6점을 올리며 경기를 매조졌다.
사실 허일영의 투입은 SK 전희철 감독에게는 '궁여지책'이었다.
4쿼터만 남기고 15점을 뒤진 상황에서 전희철 감독은 슈터가 폭발하지 않으면 따라잡을 길이 없다고 봤다.
30대 후반으로 발이 느려진 포워드 허일영을 투입하면 기존 수비 계획이 엉키는 부분이 있지만, 그 상황에서 다른 답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전희철 감독은 "3쿼터에 다 해보려 했는데 잘 안됐다. 따라갈 수가 없으니 그냥 정말 믿고 투입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5분 안에 승부를 봐야 했다. 일영이는 손끝에 걸리면 들어가는 선수라서 믿었다"고 돌아봤다.
짧은 시간 많은 득점이 필요해 '일단 던지고 보는' 슈터인 허일영을 기용했다는 설명이다.
허일영의 폭발을 예상했냐는 질의에 전희철 감독은 "딱 들어가니 정말 잘해주더라"라며 "노림수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막 투입한 슈터가 이렇게 불을 뿜을지는 어느 지도자도 예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 만큼 상대 팀 지도자도 뜬금없이 폭발해 경기를 뒤집는 슈터를 순간적으로 억제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창진 감독이 "진행 중이라서 누구도 해결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허일영의 '3점 쇼'를 설명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전희철 감독은 그렇다고 허일영이 폭발한 게 순전히 '운'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운까지는 아니다"라며 "그렇게 운으로 표현하면 내가 정말 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라고 웃었다.
이어 "상황마다 완전히 수비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수비를 도외시하고) 완전히 공격에 중점을 둘 것인지는 내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허일영은 "오늘은 손에 긁히는 날이었다. 공이 날아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그날'이 중요할 때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초반 슛이 2개 들어갈 때 감이 좋았다. 오늘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 기회만 나면 과감하게 던지려고 했다"며 "속공 상황에서 계속 3점 기회가 났다. 그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슛이다. 자신감이 붙어 잘 들어갔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