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이대호 기자 = 2020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에 실패해 KBO리그를 떠났던 애디슨 러셀(29)이 올해 2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캠프에 합류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의 몸을 보고 놀랐다.
비교적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던 러셀의 몸이 마치 지난해 키움에서 뛴 야시엘 푸이그가 떠오를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도 무사히 치른 러셀은 기대감만큼이나 부푼 체구와 함께 정규시즌 개막을 기다린다.
러셀은 시범경기 일정이 끝난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다. 2020시즌이 끝나고 한국을 떠난 뒤 항상 돌아와서 완전한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때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 주전 유격수로 뛰며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던 그는 2020년 시즌 도중 KBO리그에 왔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타율 0.254에 홈런 2개, 31타점으로 타격 성적이 신통치 않은 데다가 65경기에서 실책 12개를 저지를 정도로 수비에서도 흔들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고, 한국에 입국한 뒤에도 자가격리를 마치고 팀에 합류해 정상적인 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러셀은 당시를 떠올리며 "문화적인 변화 등 많은 것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와중에도 매일 야구는 해야 해서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크나큰 도전이었지만, 나는 도전을 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에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난 뒤 멕시코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러셀은 타석에서 의미 있는 수치를 남겼다.
2021년에는 타율 0.319, 8홈런, 47타점을 올리더니, 2022년 타율 0.348, 24홈런, 74타점에 OPS(출루율+장타율) 1.120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멕시코 리그에서 보여준 타격 성적을 KBO리그에서도 재현한다면, 다시 MLB에 복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KBO리그를 지렛대로 삼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러셀은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내면 복귀 가능성이 생기는 걸 안다. 물론 그런 마음도 있다"면서도 "일단은 하루하루 최고의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2020년에는 시즌 도중 키움에 합류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경험하지 못했던 러셀은 이번에는 처음부터 동료들과 함께했다.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며 체중을 5㎏가량 감량했고, 시범경기에서는 팀이 치른 1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35, 1홈런, 6타점으로 순조롭게 감각을 끌어 올렸다.
러셀은 "스프링캠프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낯익은 얼굴을 보는 것도 좋았고, 새로운 동료들도 알게 됐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동료들에게 알려줄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3년 전 러셀이 키움에 입단했을 때 그를 가장 잘 챙긴 건 박병호(kt wiz)였다.
영어에 능통한 박병호는 외국인 선수가 올 때마다 살뜰하게 챙겨줬고, 러셀은 박병호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이제는 다른 팀이 된 박병호를 만나지 못해 아쉽다는 러셀은 "정말 보고 싶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하는 장면은 봤다. 멀리서 응원하고 있으며,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러셀이 KBO리그에 다시 돌아온 이유는 명확하다.
여러 제약으로 원래 자기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주장 이정후가 MLB에 도전장을 내밀 키움은 올해가 우승에 도전할 기회다.
러셀은 "여기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는 걸 안다"는 말로 시즌 각오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