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야구가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기 전이었다면, 18초는 투수가 공을 1개 던질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타자로부터 삼진을 뽑아낼 수도 있는 시간이 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 투수 완디 페랄타는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레콤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삼진 3개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특히 2사 후 상대한 투쿠피타 마르카노로부터 뽑아낸 삼진이 백미였다.
몸쪽으로 초구 슬라이더를 던져 스트라이크 존에 넣은 그는 2구째 싱커를 똑같은 코스에 집어넣어 파울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3구째를 몸쪽에 또 집어넣고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타자가 초구 타격 준비 자세를 시작하고 페랄타가 삼진을 잡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8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번 시즌부터 '피치 클록'을 도입했다.
투수는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으면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자동으로 '볼 1'이 선언된다.
이제 투수들은 손끝을 떠난 공의 속도만큼이나, 타자를 잡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마저 중요한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페랄타는 심판이 피치 클록의 시간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포수로부터 공을 받으면 곧바로 공을 던졌다.
마운드의 로진백을 만질 틈도 없었고,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다가 고개를 흔들지도 않았다.
페랄타의 빠른 투구에 주도권을 빼앗긴 마르카노는 2스트라이크에서 체인지업이 들어올 때도 대처하지 못하고 얼어붙고 말았다.
MLB닷컴은 "페랄타는 새로운 규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보여줬다"며 "타자 타이밍을 방해하는 명수였던 그는 초고속으로 삼진을 잡아냈다"고 묘사했다.
에런 분 양키스 감독도 "(피치 클록은) 보시다시피 그의 스타일이다. 페랄타는 더욱 강한 무기를 갖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