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브라질 악몽'을 안겼던 바히드 할릴호지치(71·보스니아)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크로아티아 매체인 나시오날은 29일 '할릴호지치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할릴호지치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새 국가대표 사령탑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또 보스니아 매체인 라디오 사라예보는 이날 "한국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말을 전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당시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던 한국을 4-2로 꺾은 알제리의 사령탑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겼고, 2차전에서 알제리를 만났다.
한국과 알제리 경기에 앞서 열린 벨기에와 러시아의 2차전에서 벨기에가 1-0으로 승리, 한국이 알제리를 꺾으면 벨기에가 2승, 한국 1승 1무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때였다.
그러나 뜻밖에 2-4로 알제리에 두들겨 맞은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한 명이 퇴장당해 10명이 싸운 벨기에에 0-1로 패하며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끈 알제리는 당시 16강에 올라 독일을 상대로 연장 접전까지 치르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라디오 사라예보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통화는 짧게 끝났다"며 "프로팀에서도 많은 전화가 온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제안만 받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대표팀 감독 후보로도 거론됐던 그는 불같은 성격이 트레이드마크다.
알제리 감독 재임 시절에도 협회, 기자들과 불편한 관계였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코트디부아르 사령탑이었지만 월드컵 개막 4개월 전에 해임됐다.
또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8년 4월에도 러시아 월드컵 개막 2개월 정도를 남기고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때도 개막을 약 3개월 남긴 8월에 모로코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쫓겨났다.
대부분 협회와 불화가 이유였고, 모로코 감독일 때는 하킴 지야시, 누사이르 마즈라위 등의 기용을 두고 협회와 의견 대립을 보였다.
월드컵 개막 3개월을 남기고 '감독 교체' 카드를 뽑아 든 모로코는 왈리드 라크라키 감독 체제로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대한축구협회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을 물색 중이며 지금까지 내·외신 보도 등을 통해 호세 보르달라스(59·스페인) 전 발렌시아 감독, 치치(61·브라질) 전 브라질 감독, 토르스텐 핑크(56·독일) 전 함부르크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날 우루과이 한 매체는 3월 우루과이 축구 대표팀 A매치 일정으로 3월 20일 한국, 3월 27일 일본 원정 경기가 정해졌다고 밝혔다.
이 일정대로라면 벤투 감독의 후임 사령탑의 첫 경기 상대는 우루과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