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내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새로 등판하는 이성관(32)은 골프장 캐디 출신이다.
6년 동안 전북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백을 날랐다. 중학생 때 골프채를 잡았다가 집안 형편이 나빠지자 선수의 꿈을 미뤄두고 선택한 직업이었다.
꿈을 버리지 않았던 그는 2016년에 KPGA 준회원 자격을 땄고 2017년 정회원이 됐지만, 코리안투어에서 뛰기에는 실력이 모자랐다.
이성관은 대신 강지만(46)의 캐디로 코리안투어 코스를 밟았다. 강지만의 소개로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52)가 한국에서 경기할 때면 단골로 캐디를 맡기도 했다.
올해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18위로 내년 코리안투어 시드를 받은 이성관에게 강지만은 사실 스승이나 다름없다.
2006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고 일본투어에서도 뛰었던 강지만은 선수와 캐디로 만났지만, 이성관이 거의 포기했던 선수의 꿈을 되살려줬고 레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성관이 비록 늦은 나이에도 코리안투어 선수로 데뷔할 수 있었던 건 강지만의 지원과 가르침 덕분이었다.
강지만은 "나한테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강지만은 내년 데뷔를 앞둔 이성관에게 스폰서 모자를 씌워주려고 백방으로 뛰었다.
아직 메인 스폰서는 구하지 못했지만, 강지만은 이성관에게 4천3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27일 후원금 전달식을 했다.
모 제약회사가 2천만원을 후원했고, 군산 풍천장어가 1천만원을 냈다. 강지만도 자신이 운영하는 강지만 골프아카데미 명의로 1천만 원을 보탰다.
지인 3명이 100만원씩을 더했다.
이름난 프로 선수의 화려한 스폰서 조인식은 아니었지만 든든하고 따뜻한 전달식이었다.
이성관은 "내년에 열심히 해서 꼭 후원에 보답하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강지만은 "드라이버를 누구보다도 공격적으로 잘 친다. 무엇보다 근면하고 성실하다"면서 "내년 코리안투어에서 잘 해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