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경기 종료 24초 전 이정현의 자유투가 림을 가르며 프로농구 고양 캐롯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했다.
이 득점으로 스코어가 77-80이 됐고, 안양 KGC인삼공사가 남은 시간에 3점을 넣는다고 해도 잘해야 연장전으로 갈 수 있는 정도였다.
공을 몰고 넘어온 인삼공사의 박지훈은 종료 18초 전 기습적인 돌파로 레이업을 올려두며 투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공격권을 가져오려는 양희종에게 파울을 얻어낸 디드릭 로슨이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하면서 다시 3점 차로 달아나 이제 정말 캐롯이 승리를 챙기는 듯했다.
그러자 박지훈은 종료 9초 전 톱에서 이정현을 앞에 두고 3점을 꽂아 넣으며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고, 직후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최현민의 인바운드 패스까지 낚아챘다.
따라오는 양희종에 공을 전달했지만 로슨의 방해에 실패하자 이번에는 직접 공격 리바운드까지 따냈다.
종료 4초 전 다급히 공을 몰고 자유투 라인 근처로 이동한 그는 다급히 손을 뻗는 로슨의 위로 중거리 슛을 던졌고, 공은 백보드를 맞고 림에 빨려 들어갔다.
박지훈의 '원맨쇼' 끝에 인삼공사는 27일 홈인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캐롯을 84-82로 꺾으며 대역전승을 이뤄냈다.
경기 막판 18초 만에 박지훈이 낸 기록만 7점 1스틸 1리바운드다.
이날 박지훈은 17점 3어시스트 4스틸로 맹활약했다.
11개 슛을 던져 7개를 성공하는 고감도 슛감을 자랑하며 캐롯의 내외곽을 공략했다.
그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 지금 너무 감사하다"며 "그 순간이 정말 좋았지만 너무 들뜨지는 않으려 한다. 이틀 뒤에 또 경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연신 목소리가 떨렸던 박지훈은 "상대가 모두 바꿔 막는 수비로 나설 것으로 생각했다. 마침 (이)정현이가 떨어져 있어 그냥 자신 있게 (3점을) 던졌다"고 말했다.
박지훈으로서는 최근의 부진을 털어버릴 수 있는 활약이다.
그는 지난 24일 직전 창원 LG와 경기에서 10점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달 16일 울산 현대모비스전(14점) 이후 무려 한 달여 만에 기록한 두 자릿수 득점이다.
이 경기 전까지 5경기 평균 득점이 5.8점에 그칠 정도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박지훈은 "감독님, 코치님, 동료 형들이 모두 다 괜찮다고 했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계속 말해줘 내 리듬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하면 할수록 농구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차피 모든 게 쉬운 일이 없다. 순리대로 하다 보면 오늘처럼 잘 풀리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경기를 '전환점'으로 삼을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오늘 잘했다고 들뜨지 않고 계속 집중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항상 팬분들이 정말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며 "큰 힘을 얻고 있다. 그 덕에 오늘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