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많은 스타가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월드컵을 치르고 있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을 거머쥐고 그해 발롱도르까지 차지한 크로아티아의 '중원 사령관'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도 그중 한 명이다.
모드리치의 크로아티아는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0-3으로 완패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한 채 3·4위전으로 밀려났다.
이번 대회 8강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준결승에 진출한 크로아티아로선 아쉬운 결과였다.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준결승전이 성사되면서 양 팀 주장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와 모드리치 중 누가 '라스트 댄스'를 결승전에서 맞이하게 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메시가 1골 1도움으로 승리를 이끈 사이 모드리치는 웃지 못했다.
일본과의 16강전, 브라질과의 8강전 모두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가며 체력이 고갈된 크로아티아는 이전 경기들과 같은 기량을 보이지 못한 채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의 공세에 시달렸고, 결국 후반 24분까지 3골을 허용하며 완패했다.
선발로 출격했다가 패색이 짙어진 후반 막바지 교체돼 나가며 고개를 떨군 모드리치는 벤치에 앉아서도 고개를 숙인 채 패배를 곱씹었다. 경기를 마치고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드리치의 '마지막 춤'은 전혀 초라하지 않았다.
4년 전 크로아티아가 사상 첫 월드컵 결승 진출과 준우승을 이룰 때처럼, 이번 대회 4강에 진입한 것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월드 클래스' 기량을 발휘한 모드리치가 있기에 가능했다.
인구 400만 명을 조금 넘는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가 축구에서만큼은 세계 정상에 설 '큰 꿈'을 꿀 수 있었던 건 그의 덕분이었다.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 크로아티아가 치른 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는데, 37세 이상 선수가 단일 월드컵 6경기에서 선발 출전한 건 앞서 역대 3명뿐이었을 정도로 드문 기록이다.
니우통 산투스(브라질·1962년), 디노 초프(이탈리아·1982년), 피터 실턴(잉글랜드·1990년)의 뒤를 모드리치가 이으며 베테랑의 저력을 뽐냈다.
준결승전을 마치고 모드리치는 낙심한 동료들을 격려하고, 메시 등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겐 축하하며 인사를 나누는 품격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아주 좋은 월드컵을 치렀다. 3·4위전에는 동메달이 걸린 만큼 그 역시 따내면 좋은 결과다. 준비가 필요하다"며 3위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