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카타르 여자 축구대표팀에 무슨 일이…"8년간 0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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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카타르 여자 축구대표팀에 무슨 일이…"8년간 0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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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지 결정 1년 전인 2009년 급조, 2014년 이후 A매치 없어

NYT "카타르, '여성 축구 활성화' 약속해놓고 지원 중단"

연습 중인 카타르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연습 중인 카타르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대표팀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월드컵 개최지 결정 전후로 반짝 활동했던 카타르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후 수년간 공식 경기를 치르지 못해 사실상 '실종'된 상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 등 소수자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카타르가 대회 유치를 위해 팀을 급조했다가, 홍보 필요성이 사라지자 각종 지원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카타르 여자 국가대표팀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나"라며 월드컵 유치전에 동원됐던 대표팀이 지난 8년간 공식 경기를 한 차례도 뛰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카타르 축구협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여자 대표팀에 대한 언급은 일절 찾을 수 없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여자 대표팀 순위에서도 카타르는 빠져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팔로워가 달랑 106명뿐인 '카타르 여자 축구'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 위키피디아 페이지 등이 여자 대표팀이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몇 안 되는 흔적이라는 것이다.

카타르 여자 축구대표팀은 2022년 월드컵 유치 준비가 한창이던 2009년 처음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의 개최지 선정 발표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알바 여자축구 선수권대회에 첫 출전, 데뷔전인 바레인전에서 0-17로 패배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팔레스타인전 0-18, 시리아전 0-12 등 연패가 쌓이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FIFA 규정상 개최국이 남성 및 여성 대표팀을 모두 구성하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당시 카타르는 유치 과정에서 FIFA에 "특별 시설을 조성하는 등 여자 축구의 활성화를 약속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서인지, 컵대회 한 달 반 뒤인 2010년 12월 2일 카타르는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 호주 등을 제치고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이후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선수 출신인 모니카 스타브 감독이 카타르 여자 대표팀을 맡았던 기간 몰디브에 0-1로 작은 골 차로 패배하는 최고의 성적을 낼 정도로 기량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슬그머니 국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을 줄여 갔고, 스타브 감독이 지휘봉을 맡은 지 1년 만인 2014년 떠난 뒤부터는 현재까지 공식 A매치 경기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카타르의 마지막 경기는 2014년 4월 19일 서아시아 축구연맹 여자선수권대회에서 바레인과 맞붙은 조별리그 3차전이었다. 알 나에미 선수가 후반 6분에 추격골을, 알 자심 선수가 연장 전반 2분에 추가골을 넣으며 분투했지만 2-8로 패배했다.

미국 뉴욕에서 현지 아마추어 팀과 교류전을 치른 카타르 대표팀
미국 뉴욕에서 현지 아마추어 팀과 교류전을 치른 카타르 대표팀

[대표팀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8년이 지난 현재 여자 대표팀은 미국 등 국가를 방문해 몇 차례 교류전을 치르는 등 드문드문 활동하며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은 스포츠웨어 업체 부르다가 오래전 제작해준 것이 전부라고 한다. 부르다와의 팀 스폰서 계약은 수년 전 종료됐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여자 대표팀을 맡은 스타브 감독(63)은 NYT 인터뷰에서 "립서비스는 내가 가본 대부분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 부족이 카타르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 대표팀 소속 선수들은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별도 인터뷰에서 NYT 기자를 만나 지원 중단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지만, 구체적으로 대상을 지목해 비판하는 언급은 꺼리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미드필더이자 주장인 수아드 살림 알하시미(35)는 "우리는 시간을 내서 훈련했지만, 친선 경기만 뛰었고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팀 최연소인 하가르 나다르 네심 아지즈 살레(23)는 "그들이 아무 이유 없이 우리를 거부하고 있다"고 거들었지만, '그들'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불분명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살레는 "이번 월드컵의 유산이 우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FIFA는 카타르가 이번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유치 당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느냐는 NYT의 질의에 "개별 국가나 특정 협회의 축구 발전 상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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