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6일 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김동주가 그랬다.
김동주는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021년 입단한 그는 지난해 구원투수로만 10경기에서 16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7.56을 기록했다.
그다지 내세울 것 없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선발 등판 기회가 찾아왔다. 스프링캠프에서 다친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의 공백을 메우고자 이날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승리를 낚았다.
선발 데뷔전 승리 기록은 KBO리그 역대 150번째로 QS를 함께 성공한 것은 80번째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며 김동주를 은근히 압박했던 이승엽 감독도 흐뭇했을 터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동주의 표정에는 기쁨과 얼떨떨함이 섞여 있었다.
그는 비시즌 기간 슬라이더를 연마한 것이 주효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이날 투구 수 92개 중 슬라이더(46개)가 가장 많았고 직구(39개), 스플리터(5개), 커브(2개)가 뒤를 이었다.
김동주는 "여러 방법을 시도한 끝에 슬라이더 그립을 바꿨다"며 "좀 더 직구처럼 가다가 (끝에서) 휘는 움직임을 보인다. 횡으로도 가고 종으로도 떨어질 수 있게 던질 수 있게 됐다"고 자부했다.
이날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선 80점을 줬다.
김동주는 "볼넷을 1개로 줄였고 6이닝까지 끌고 간 것이 만족스럽다"면서 "아쉬운 것은 선두타자를 너무 많이 내보낸 것"이라고 떠올렸다.
딜런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불펜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지만, 김동주는 먼저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선발) 욕심은 당연히 난다"며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프로라면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아야 한다"는 이승엽 감독의 조언과 관련해선 수줍게 웃으며 "잘 잡은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