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을 꺾은 호주 야구대표팀이 중국까지 잡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2승째를 챙겼다.
호주는 11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과의 WBC 1라운드 B조 경기에서 타선의 파괴력을 앞세워 중국을 12-2, 7회 콜드게임으로 제압했다.
이번 대회 첫 콜드게임이다.
WBC는 5회까지 15점 이상, 7회까지 10점 이상 점수 차가 벌어지면 콜드게임이 선언된다.
조별리그 2승 무패가 된 호주는 일본과 함께 조 공동 1위로 나섰다.
반면 중국은 3연패를 당해 가장 먼저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과 경기에서 공수 양면 맹활약한 호주 내야수 로비 글렌디닝은 이날도 팀 승리에 앞장섰다.
글렌디닝은 한국전에서 7회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상대로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수비에서는 7회말 대타 강백호가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 하다가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진 걸 확인하고 태그 아웃을 잡아내기도 했다.
이날도 글렌디닝은 결승 쐐기 2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호주는 1회부터 상대의 제구 난조를 놓치지 않고 선취점을 냈다.
몸에 맞는 공 하나와 볼넷 2개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은 호주는 릭슨 윙그로브의 싹쓸이 2루타로 먼저 3점을 냈다.
3회에는 글렌디닝이 단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고, 대릴 조지와 에런 화이트필드의 적시타가 연달아 나와 5-0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중국이 2-5까지 추격한 4회에는 대거 5득점 해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사 후 나온 팀 케네디의 2루타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글렌디닝의 2점 홈런이 나왔다.
글렌디닝의 2경기 연속 홈런이다.
기세가 오른 호주는 화이트필드의 1타점 2루타와 윙그로브의 1타점 적시타, 로건 웨이드의 1타점 적시타를 묶어 10-2까지 점수를 벌렸다.
글렌디닝은 6회 1사 1, 2루에서도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워닝 트랙에서 잡히고 말았다.
호주는 6회와 7회 1점씩 추가해 콜드게임 선언을 위한 조건을 충족했다.
중국은 경기 초반 득점권 기회를 살리지 못한 걸 만회하지 못했다.
1회 볼넷 2개로 2사 1, 2루를 만든 중국은 천천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2회 역시 차오제의 2루타로 1사 2루 기회를 잡고도 후속 두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에는 1사 2, 3루에서 나온 상대 폭투로 1점을 얻고, 뤄진쥔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갔다.
그러나 계속된 만루 기회에서 두 타자가 연달아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1라운드 통과에 실낱같은 희망만 남겨두고 있는 한국은 이날 호주의 승리로 '경우의 수'가 하나 줄었다.
한국이 남은 체코와 중국전을 모두 승리한다고 가정했을 때, 호주가 이날 중국에 패하고 체코에까지 지면 한국과 체코가 나란히 2승 2패로 1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다.
이 경우라면 한국이 승자 승 원칙에 따라 조 2위로 2라운드(8강) 티켓을 얻는다.
하지만 호주가 압도적인 타선의 힘으로 중국을 꺾고 2승째를 챙기면서, 한국은 체코가 호주를 반드시 잡아주길 바라야 할 처지가 됐다.
한국과 호주, 체코가 2승 2패로 서로 승패가 맞물려 승자 승으로 순위를 가릴 수 없다면 팀 최소 실점∼팀 최소 자책점∼팀 타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의 운명을 결정할 호주와 체코전은 13일 정오에 열리고, 오후 7시에 시작하는 한국-중국전으로 B조 일정은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