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현역 메이저리거로는 처음으로 쿠바 대표팀에 뽑힌 요안 몬카다(28)와 루이스 로버트(26·이상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쿠바에서 태어난 선수들이 앞으로도 국제대회에서 쿠바를 대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몬카다와 로버트는 2일(한국시간)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쿠바 대표팀 발탁의 의의를 설명했다.
WBC는 올림픽 등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대회보다 '대표팀 참가 기준'을 유연하게 정했다.
특정 국가의 유효한 여권을 지닌 국민, 해당 국가의 합법적인 영구 거주민, 부모 중 한쪽이 특정 국가의 국민이거나 해당 국가에서 태어난 것을 서류로 증명할 수 있는 선수로 WBC 출전 자격을 규정했다.
이 규정만 따르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쿠바 선수들의 쿠바 대표팀 합류는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사실상 WBC를 주관하는 미국과 쿠바의 외교 문제, 망명 선수를 향한 쿠바 정부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2006, 2009, 2013, 2017 WBC 대회에는 빅리거들이 쿠바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2023 WBC에서는 쿠바 망명 선수의 대표팀 합류가 허용됐고, 처음으로 현역 빅리거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요르단 알바레스, 율리에스키 구리엘(이상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빅네임'은 승선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야수 몬카다와 외야수 로버트 등 두 명의 빅리거가 합류했다.
둘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2014년 쿠바 정부의 허락을 받고 과테말라로 이주한 몬카다는 영주권을 얻은 뒤 미국 구단과 계약해 '망명 선수'로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로버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자 2016년 11월 쿠바를 탈출한 '망명 선수'다.
로버트는 1959년 쿠바 공산 혁명 이후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망명 선수로 기록된다.
몬카다와 로버트는 3일 대만으로 출국한다.
몬카다는 "여러 제한적인 규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쿠바 대표팀으로 뛸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런 기회를 얻어 매우 기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쿠바 선수들이 향후 국제대회에 자유롭게 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로버트도 "어린 시절 국가대표팀이 탄 비행기를 보며 '언젠가 나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쿠바 대표팀의 일원이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몬카다와 로버트는 15세 이하, 18세 이하 쿠바 대표팀에서 뛴 적이 있다. 2016년에는 대만에서 열린 18세 이하 대회에 함께 출전하기도 했다.
로버트는 "7년 만에 다시 쿠바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그 대회가 WBC여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감격을 표했다.
몬카다도 "쿠바에 있는 내 아버지는 오랫동안 '내 아들이 WBC에 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며 "나는 곧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을 한다"고 WBC 출전을 기대했다.
쿠바는 2023 WBC에서 A조에 속해 3월 8일부터 12일까지 대만에서 네덜란드, 이탈리아, 파나마, 대만과 차례대로 만난다.
A조 2위 안에 들면 B조(한국, 일본, 호주, 체코, 중국) 1위 또는 2위와 일본 도쿄돔에서 8강전을 벌인다.
한국과 쿠바가 4강 티켓을 놓고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