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슈퍼리그·대자본 전횡 막을 규제기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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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 슈퍼리그·대자본 전횡 막을 규제기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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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기관이 구단 재정건전성 감독…슈퍼리그 참가 막을 권한도

경기장 매각, 엠블럼 변경 등 구단 운영에 팬 발언권 커져

ESL에 반대하는 현수막
ESL에 반대하는 현수막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유러피언 슈퍼리그(ESL)와 같은 '그들만의 리그' 창설을 막고 전통적인 '축구 피라미드' 체계를 수호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독립 규제기관을 만든다.

AP 통신, 영국 BBC 등 주요 매체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엘리트 축구를 위한 독립 규제 기관(IREF·가칭) 설립을 포함해 영국 축구 리그 운영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 계획을 담은 백서를 23일 발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가 전한 백서 내용을 보면 정부는 피라미드 형태의 승강 시스템의 최상단에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부터 내셔널리그(5부 리그)까지 라이선스 발급 제도를 도입해 IREF가 이를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각 클럽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IREF에 입증해야만 리그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IREF는 각 구단의 재정을 지속해서 감독하는 한편, 윤리적이지 못한 자본에 구단이 매각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적 권한도 갖는다.

빅클럽들이 ESL과 같은 신생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막을 권한도 IREF에 주어진다.

또 팬들은 경기장 매각이나 이전, 구단 이름과 엠블럼 변경, 홈 유니폼 색상 변경 등 클럽 운영에 지금보다 큰 발언권을 가지게 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국내외에서 축구가 성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클럽과 작은 클럽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도전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새 제안은 팬들을 축구의 중심에 다시 세우고 많은 사랑을 받는 클럽들의 풍부한 유산과 전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21년 'ESL 파동'을 계기로 축구계에 만연하게 된 대자본의 전횡을 막아달라는 팬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팬 주도 축구 거버넌스 검토 위원회'를 만들어 개선책을 마련해왔고, 이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백서가 작성됐다.

IREF를 통해 빅클럽과 하부 리그 클럽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완화하고 잉글랜드 축구의 전통을 지켜나가겠다는 게 곧 발간될 백서의 골자다.

1992년 출범한 EPL은 전례 없는 성공을 거뒀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이나 경제 매체가 '세계 스포츠 리그 시장가치 순위'를 매길 때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야구(MLB), 인도 크리켓리그(IPL) 등과 함께 늘 첫손에 꼽히는 리그가 EPL이다.

ESL 반대하는 축구팬
ESL 반대하는 축구팬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영국 축구 피라미드를 단단하게 지탱해온 하부 리그 팀들은 암울해졌다.

1992년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클럽은 64곳이나 된다. 부리, 매클스필드는 폐업했고, 1970년대 초중반 1부 리그 우승을 두 차례나 차지했던 '전통의 명가' 더비 카운티는 지난해 청산 위기에 처했다.

BBC 등 영국 매체들은 IREF가 들어서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EPL에서 더 많은 돈이 하부 리그로 흐르게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상위 리그도 재정 상태가 좋지만은 않다.

2020-2021시즌이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EPL과 챔피언십(2부 리그) 구단들의 부채는 59억 파운드(약 9조2천700억원)에 달했다.

빅클럽의 목소리가 큰 EPL은 "영국이 축구가 정부 규제 산업이 되는 최초의 국가가 됐다"며 규제안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다.

EPL은 성명에서 "규제안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이 보는 EPL의 입지에 영향을 주거나, 경쟁력을 약화하거나, 독보적인 수준의 자금을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이해관계자들과 건설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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