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이대호 기자 = 체코는 다음 달 개막하는 세계 최대 야구 제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다.
대표팀 선수 대부분 국내 리그에 속한 체코는 지난해 9월 WBC 예선 결승에서 미국 마이너리그 유망주 위주로 팀을 꾸린 스페인을 3-1로 제압하고 출전권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 호주, 중국과 B조에 편성된 체코는 3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한국과 본선 경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체코 야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파벨 하딤(52) 감독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0년 넘게 23세 이하 대표팀을 맡았기에 현재 대표팀 대부분의 선수를 잘 알고 있다"며 조직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유럽은 철저한 야구 변방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 세계화를 목표로 꾸준히 영국 런던에서 MLB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우리에게 크리켓이 낯선 것처럼 그들에게도 야구는 익숙하지 않은 종목이다.
2013년과 2017년 2회 연속 WBC 4강에 진출한 네덜란드 대표팀도 선수단 대부분은 카리브의 속령인 퀴라소와 아루바 출신이다.
묵묵히 유럽에서 야구가 뿌리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하딤 감독은 "우리는 체코와 유럽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가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세계 최고 권위의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게 체코의 젊은 야구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본다. 4년 뒤에도 대회에 나서는 게 목표"라면서 "이번 대회는 체코에도 생중계할 예정이라 야구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을 이끄는 이강철(57) 감독은 본선 1라운드에서 만날 체코에 대해 "쉽게 보지 않는다. 체코도 전력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 경계 대상 1호는 내야수 에릭 소가드(37)다.
체코에서 유일한 메이저리그 출신인 소가드는 2022년 체코 시민권을 취득했다.
소가드는 2010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해 통산 11시즌 동안 타율 0.246, 551안타, 26홈런, 187타점을 올린 베테랑 선수다
야구선수답지 않은 '모범생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그는 2021년 시카고 컵스에서의 활약을 끝으로 메이저리그를 떠났다.
체코 프라하 근교에서 태어난 소가드의 어머니 안나 보디카는 1968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략으로 자유화 운동이었던 이른바 '프라하의 봄'이 무너지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소가드의 출생지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다.
하딤 감독은 "소가드는 팀을 아끼는 선수이자 우리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한 뒤 "WBC에서는 내야수와 2번 타자로 뛸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체코 야구대표팀 선수 대부분은 직업을 하나씩 더 갖고 있다.
하딤 감독부터 체코 브르노에 병원을 운영하는 신경과 전문의다.
하딤 감독은 1990년대 체코 리그 엑스트라리가 스타 외야수로 활약하면서 동시에 학업을 이어갔다.
현재 대표팀 에이스 마틴 슈나이더는 소방관이고, 외야수 아르노스트 두보비는 지리 교사다.
본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비법을 묻자 하딤 감독은 "그건 비밀"이라며 웃었다.
대회 개막에 맞춰 다음 달 초 일본으로 입국할 예정인 하딤 감독은 "지금까지 부상 없이 잘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 도착해서 잘 적응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