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감독님이 붙잡으셔도 이번 시즌이 진짜 마지막이에요. 프로 생활 18년 중 가장 멋진 해로 마무리 짓고 싶어요."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의 '맏형' 염기훈(40)이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시즌을 앞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2006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염기훈은 당초 2022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예고했다가, 은퇴를 미루고 2023시즌까지 수원에서 플레잉 코치로 활동하기로 했다.
27일 제주 신라스테이에서 진행된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만난 염기훈은 "지난해 7∼8월께 이병근 감독님께서 플레잉코치 직을 제안하시면서 1년 더 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감독님이 그렇게 1년을 더 제안해주시는 게 기쁘고 감사했다"며 팀에 남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출전 기회와 시간이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염기훈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여전히 수원에 중요한 선수다.
이병근 감독은 "작년에 팀을 만들 때 기훈이가 필요했다. 전술 이해도가 뛰어나다"며 "경기를 꼭 안 뛰어도 후배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고,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어 필요한 선수다. 올해는 플레잉 코치로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은 염기훈은 이번 시즌 최선에도 최선을 다해 뛰겠노라 다짐했다.
제주에서 전지 훈련에 한창인 그는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 선수들과 체력 운동을 하는데 감독님께서 절대 안 빼주신다고, 빠질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을 하신다"며 "마음을 강하게 먹어서 그런지 아직은 할만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2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어린 후배들과 함께해야 하는 만큼 소통도 그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염기훈은 "막내가 나와 21살 차이가 난다. 나랑 후배의 나이 차이보다 13살인 내 아들과 후배의 나이 차이가 작다"며 웃고는 "후배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게 보이는데, 말이라도 내가 먼저 걸어보고 최대한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플레잉코치 직을 맡게 되고 후배들에게 '나는 아직 너희와 경쟁하는 선수이고, 땀을 흘리면서 뛸 거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달라지는 건 내가 선수들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코치진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역할을 잘해야 할 것 같다. 후배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려고 하고, 힘든 점이나 먹고 싶은 반찬까지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K리그 통산 442경기에서 77골 110도움을 올린 염기훈은 새 시즌 3골을 더하면 K리그 최초 80(골)-80(도움)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올 시즌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강조한 염기훈은 "은퇴를 앞두니 개인 기록이 간절해지더라. 작년보다 올해 더 간절하다"며 "감독님도 항상 몇 골이 남았냐고 물어보시면서, 꼭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올해 얼마나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더 잘 준비해서 목표를 이루고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80-80클럽과 함께 염기훈이 수년간 이야기해 온 또 하나의 목표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지난해 수원이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힘겹게 잔류에 성공한 만큼, 우승은 쉽지 않은 목표일 수 있다.
하지만 염기훈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팀이 위기를 겪은 지난 시즌을 떠올린 그는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게 큰 경험이 됐다. 우리 팀이 올해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염기훈은 "우승이 정말 쉬운 것이 아니지만, 축구는 반전이 있다"며 "그래서 정말 꼭 해보고 싶다. 우승도 하고 80-80도 달성해 가장 멋진 해로 마무리 짓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