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창단 기념식에서 이승엽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은 최근 마무리 캠프에서 함께 땀 흘린 선수 중 몇 명을 2023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하는 '미안한 결정'을 했다.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관대하게 살았던 이승엽 감독은 이제 사령탑으로 자신의 선택이 누군가의 '당락'을 결정하는 힘든 결정을 해야 했다.
두산이 제41회 창립기념식을 연 16일 서울시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스프링캠프에 데리고 가는데, 그래도 빠진 선수들이 있다. 특히 마무리 캠프에 합류하고도 이번 스프링캠프 명단에 빠진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개인보다 팀을 위해 '독한 결정'도 해야 하는 감독의 고뇌가 묻어났다.
이승엽 감독은 "2군에서 캠프를 시작하는 선수에게도 기회는 올 것이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1군 스프링캠프 합류에 실패한 선수들의 마음을 매만졌다.
이승엽 감독은 '국민타자'로 불린 한국 야구의 아이콘이었다.
KBO리그에서만 467홈런을 치고, 일본프로야구 시절을 포함해 한일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통산 홈런 1위이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시드니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창단 기념식에서 이승엽 감독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고 있다. 2023.1.16 [email protected]
'타자' 이승엽은 힘겨운 준비 과정을 거쳐, 환희 속에 경기장을 떠났다.
이제 이승엽 감독은 '팀과 선수들'을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2023년 KBO리그의 가장 큰 화두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감독 데뷔'가 될 전망이다.
이승엽 감독은 자신을 향한 모든 시선을 견뎌낼 생각이지만, 선수들이 조금 더 조명받으며 2023시즌을 마치길 바랐다.
이 감독은 "일희일비는 내가 하겠다. 우리 선수들은 한 타석, 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승엽호의 출항'을 기다리는 팬들을 향해 "정규시즌이 개막하는 4월 1일, 완벽한 모습으로 경기하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이승엽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비활동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 스프링캠프에서 나도 '활동'을 해야 하니까, 운동을 열심히 했다. 생각할 것도 많아서 바쁘게 지냈다.
-- 호주 스프링캠프 명단을 완성했을 텐데.
▲ 처음 팀을 맡았으니, 많은 선수를 보고 싶어서 다른 팀보다 4∼5명 정도 많은 선수(46명)를 1군 캠프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마무리 캠프와 달리 스프링캠프에서는 진짜 싸울 멤버를 중심으로 훈련한다. 설레면서도 걱정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스프링캠프에 데리고 가는데, 그래도 빠진 선수들이 있다. 특히 마무리 캠프에 합류하고도 이번 스프링캠프 명단에 빠진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2군에서 캠프를 시작하는 선수에게도 기회는 올 것이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첫 주장으로 허경민을 택했다.
▲ 지난해 주장이었던 김재환이 작년에 팀과 개인 성적이 떨어져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김재환이 살아나면 팀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주장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었다. 허경민은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다. 리더십을 갖췄고, 팀을 먼저 생각한다. 선수단은 가족과 같은 공동체다. 코치진도 선수들을 이해하고자 최선을 다하겠지만, 허경민이 선수단 입장을 잘 대변해줘서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해줬으면 한다. 우리는 외부와 싸워야 한다. 허경민에게 '내부에서는 다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창단기념식에서 '당당해지라'고 당부했는데.
▲ 현역 시절에 내가 많이 들었던 말이다. 한 타석, 한 경기에서 부진했다고 고개 숙이면 144경기에 악영향을 끼친다. 잘할 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진할 때 기죽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결과는 시즌이 끝날 때 나온다. 한 경기, 한 타석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그런 일희일비는 감독인 내가 하겠다.
-- 스프링캠프의 훈련 강도는.
▲ 호주의 낮 기온이 매우 높다. 오후 일정을 어떻게 짤까 고민 중이다. 일단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침에 훈련을 시작할 생각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훈련 일정을 유연하게 바꾸겠다. 마무리 캠프처럼 훈련 강도가 세지는 않을 것이다. 정규시즌이 개막하는 4월 1일에 완벽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잘 조절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창단 기념식에서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코치 및 선수단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6 [email protected]
-- 포수 양의지와 처음으로 같은 팀에서 뛴다.
▲ 현역 때는 양의지와 접점이 거의 없었다. 상대 팀으로 5년 정도 상대했는데, 굉장히 까다로운 포수라고 느꼈다. 정말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 의도와 다른 공략법을 쓰더라. 양의지는 매우 영리하고, 준비를 많이 하는 포수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사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양의지를 잡을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3대7 정도로 우리가 영입전에서 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팀에 보물이 왔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답게 올해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 양의지가 WBC 대표팀에 차출돼 오랜 기간 두산을 떠나 있어야 한다.
▲ 모든 포지션에서 주전이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을 겪을 때 메워줘야 할 선수가 나와야 한다. 양의지도 마찬가지다. 양의지가 1년 144경기를 모두 포수로 뛸 수 없다. 장승현, 안승한, 윤준호 등 다른 포수 자원이 스프링캠프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인 중에는 윤준호가 호주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는데 '최강야구'에서 맺은 인연 때문이 아니다. 포수의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입단식’에서 두산 이승엽 감독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양의지는 지난해 11월 22일 두산과 '4+2년 최대 152억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했다. 2023.1.11 [email protected]
-- 스프링캠프에서 특히 주목할 선수가 있다면.
▲ 될 것 같은데 되지 않았던 유망주들의 기량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다. 군 복무를 마친 김대한, 송승한, 젊은 내야수 안재석 등이 그런 예다. 하지만 결국 경기에 출전할 선수는 그만한 기량을 갖춰야 한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2월 1일부터,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리는 4월 1일, 60일도 되지 않는 기간 안에 코치진에게 '좋은 선수'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 WBC 대표로 뽑힌 두산 선수 3명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축하한다. 곽빈, 정철원 등 투수 2명은 평소보다 빨리 몸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경험 많은 포수 양의지가 함께 대표팀에 뽑혀서 안심할 수 있다. 더 많은 우리 팀 선수가 WBC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 아쉽긴 하다. 우리나라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당분간은 두산 선수라는 생각은 잊고, 대표팀을 위해 뛰었으면 좋겠다. 대표팀 승리 위해 팔이 빠지도록 던지고, 웃으면서 두산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 많은 국제대회를 치른 선배로서, 2023 WBC 대표팀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우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면서, 한국에 야구 인기가 높아졌다. 그때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이번 대표팀에 많이 뽑혔다. 국제대회 성적은 한국 야구 인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2023 WBC 성적에 한국 야구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WBC가 열리는 3월 초에 완벽한 몸을 만들긴 어렵지만, 우리 대표 선수들은 할 수 있다. 개인보다는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길 바란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할 때 많은 팬의 박수를 받길, 나도 열심히 응원하겠다. 나는 몇몇 국제대회에서 초반에 부진하다가, 막판에 홈런을 쳐서 주목받았다.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초반부터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