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강인권(51) 감독은 최근 제주도 서귀포로 내려갔다. 비활동기간을 맞아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다.
일 년 내내 야구 생각에 전념했던 강인권 감독은 머릿속을 비우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짐을 쌌다.
지난 4일 연락이 닿은 강인권 감독은 "야구 생각을 안 하려고 내려왔는데 안 할 수가 없더라. 여기서도 밤낮없이 구단 생각뿐이다"라며 껄껄 웃었다.
강 감독은 "2023년은 정식 감독으로 풀타임을 지휘하는 첫 시즌 아닌가"라며 "팬들께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여념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인권 감독은 NC 수석코치로 활동하던 지난해 5월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동욱 전 감독을 대신해 감독 대행이 됐다.
강 감독은 빠르게 팀을 수습했고, 2022시즌이 끝난 뒤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2023년은 대행 꼬리표를 뗀 강인권 감독이 자신의 야구를 펼치는 첫해다.
강인권 감독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2023시즌 선수단 기용 철학과 방향을 제시했다.
◇ 구멍 뚫린 내야진 "3루수 박석민에게 먼저 기회 줄 것"
NC는 올겨울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내야의 변동 폭이 크다. NC는 자유계약선수(FA)인 주전 포수 양의지가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고, 주전 3루수 노진혁은 FA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가장 큰 문제는 3루다. 노진혁에 이어 백업 3루수 박준영이 FA 포수 박세혁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되면서 큰 구멍이 생겼다. 뚜렷한 3루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강인권 감독은 주전 3루수에 베테랑 박석민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박석민과 서호철이 경쟁할 게 될 것"이라며 "다만 되도록 백의종군한 박석민에게 먼저 주전 기회를 줄 계획이다. 명예 회복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2023시즌엔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석민은 2021년 7월 방역수칙을 어겨 논란을 빚었다. 그는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2022시즌 16경기에 출전해 타율 0.149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체면을 구겼다.
2022시즌을 끝으로 FA 계약을 마무리한 박석민은 은퇴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최근 선수 연장 의지를 구단에 전달했다.
강 감독은 이런 박석민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강인권 감독은 또 다른 내야 취약 포지션인 1루수에 "오영수를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대형 FA 계약을 맺고 잔류한 박민우는 개막 주전 2루수로 낙점됐고, 유격수는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김주원이 나선다.
내야와 비교해 외야 라인업은 넉넉하다. 베테랑 박건우, 손아섭에 새 외국인 선수 제이슨 마틴이 합류했다.
백업으로는 퓨처스 FA로 영입한 한석현이 있다. 지난해 제대한 김성욱도 든든하다.
문제는 자리 배치다. NC는 지난 시즌 박건우와 손아섭이 돌아가면서 부상으로 이탈했다.
NC는 두 선수의 부상이 체력 문제와 관계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새 시즌엔 두 선수를 체력부담이 덜한 코너 외야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인권 감독은 "마틴은 좌익수 수비가 가능하지만, 박건우의 체력 안배를 위해 중견수를 맡기려고 한다"며 "박건우를 우익수로, 손아섭을 좌익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손아섭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 시절부터 꾸준히 우익수 수비에 전념했다. 손아섭이 좌익수 수비를 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최강 선발진 구축한 NC "신인 신영우도 경쟁 붙일 것"
NC는 최정상급 선발 자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풍부한 새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와 새로 합류할 외국인 투수에 리그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1~3선발을 맡는다.
여기에 신민혁과 송명기가 유력한 4, 5 선발 후보다.
강인권 감독은 "4, 5선발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 6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4의 성적을 거둔 최성영이 신민혁, 송명기와 경쟁한다.
여기에 2020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입단한 좌투수 정구범과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영입 선수 신영우도 경쟁에 뛰어든다.
강인권 감독은 "신영우는 아직 프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지휘할 주전 포수는 FA로 영입한 박세혁이다. 지난 시즌까지 안방을 지켰던 양의지(두산 베어스)를 대신해 중책을 맡았다.
박세혁은 최근 기량이 쇠퇴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강인권 감독은 박세혁을 신뢰하고 있다.
강 감독은 "박세혁은 2021년 4월 투구에 맞아 안와 골절 수술을 받은 뒤 그 여파로 부진했다"며 "아울러 2022시즌은 FA 계약을 앞두고 있어서 큰 부담 속에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박세혁은 갑갑한 환경을 모두 벗어났기에 충분히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혁의 백업으로는 박대온과 노진혁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안중렬, 제대한 김형준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형준은 지난해 8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아 후반기 이후에 출전할 수 있다.
한참 동안 팀 구상을 설명하던 강인권 감독은 "사실 프로야구가 개막하면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수도 없이 발생한다"며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듯 야구도 그렇다. 변수를 최소화하고 잘 대처하기 위해 비시즌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NC는 이달 말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으로 이동해 스프링캠프 훈련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