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V리그는 한 경기에서 후위 공격과 서브, 블로킹으로 각각 3점 이상 내면 트리플크라운을 시상한다.
2005년 출범 이후 18시즌째인 이번 시즌까지 남자부에서 총 246번 나온 귀중한 기록이다.
보통은 서브나 블로킹 개수가 부족해서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실패하는데, 정지석(28·대한항공)은 후위 공격 2개가 모자라서 아깝게 놓쳤다.
정지석은 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전에서 블로킹과 서브 득점을 4개씩 올린 가운데 17득점으로 팀의 3-0 승리에 앞장섰다.
그러나 후위 공격은 1개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일찌감치 대한항공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운 상황이라 대한항공 선수들은 정지석의 기록 달성을 도와주려 했지만, 승점 3을 따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정지석은 "동료 형들이 많이 도와주려 했는데 상대 팀 석진욱 감독님이 제가 백어택(후위 공격)을 채우려고 시도하는 걸 알고 계시더라"면서 "결국 타이밍이 맞지 않아 기록을 놓쳤다. 미련이 없다고 말은 해도 속마음은 '이렇게 (트리플크라운이) 가는구나'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탄력 있는 점프와 빠른 발이 돋보이는 정지석의 장기 가운데 하나가 파이프 공격이다.
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을 가리키는 파이프 공격은 정상급 공격수가 후위 공격 점수를 쌓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정지석은 "석진욱 감독님이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도 '지석이 파이프 막아'라고 말씀하시는 입 모양이 보일 정도"였다며 "어떻게든 파이프 공격만큼은 막겠다는 게 느껴졌다"며 웃었다.
이날 세터로 정지석과 호흡을 맞춘 유광우(38)도 "(파이프를) 쓰려고 했는데 계속 상황이 안 되더라. 안타깝지만 이겨서 만족한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온 상황에서 지석이가 '저 파이프 3개 남았어요'라고 하기에 알았다고 했는데 상대가 먼저 알고 의식하고 있더라"며 덧붙였다.
새해 첫날 OK금융그룹에 세트 점수 0-3으로 시즌 첫 셧아웃 완패를 당했던 대한항공은 이날 3-0으로 설욕했다.
시즌 16승(3패)째를 챙긴 대한항공은 승점 47로 2위 현대캐피탈(12승 6패, 승점 36)과 격차를 더 벌리고 독주 채비를 마쳤다.
정지석은 "직전 경기에서 제가 부진해서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다. 칼을 갈고 나왔는데 딱딱 맞아떨어져서 시원한 경기가 나왔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