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제가 조금 더 열심히 했다면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여성 심판이 사상 처음으로 남자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장면을 본 김경민 심판의 소감이다.
21일 오전 서울 스위스그랜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2022 대한축구협회(KFA) 심판 콘퍼런스가 열렸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온 심판 판정 경향을 확인하고 2023년 축구협회의 심판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행사 중 한국 여성 축구 심판계의 '선두주자'인 김 심판이 취재진 앞에 섰다.
김 심판은 2009년부터 여자실업축구 WK리그 심판으로 활동했고, 남자 선수들이 뛰는 K리그2(2부 리그)에서도 활약했다.
국제무대에서의 성과는 더 화려하다 2004년 국제심판 자격을 얻은 뒤 2007년 중국 여자 월드컵을 시작으로 지난해 프랑스 여자월드컵까지 네 차례 연속 월드컵 본선에 부심으로 참가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또 다른 여성 심판 선구자가 주목받았다.
프랑스 출신 스테파니 프라파르 심판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또 조별리그 E조 3차전 독일-코스타리카 경기에서는 당당히 주심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알코르=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코스타리카와 독일의 경기 시작 전 스테파니 프라파르 주심이 매치볼을 전달 받고 있다. 2022.12.2 [email protected]
김 심판은 프라파르 심판을 보며 크게 자극받았다고 말했다.
김 심판은 "모든 여성 심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다고 생각한다. 심판들도 많은 임무와 경험을 쌓아간 덕에 월드컵 본선이라는 자리에 오른다. 하루아침에 그런 일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면서 "프라파르 심판처럼 우리나라 여성 심판들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국제심판으로서 부러움도 느끼는 듯했다.
김 심판은 프라파르 심판이 활약하는 모습을 TV 중계로 본 솔직한 심정을 묻는 말에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했다면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면서 "프라파르 심판이 정말 노력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올랐다. 다음에는 꼭 우리나라 심판이 그 자리에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콘퍼런스에서 향후 심판 정책을 설명하면서 K리그2를 통해 여성 심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3명의 한국 여성 심판을 배출하고, 2027년 여자 월드컵에는 주심 4명, 부심 4명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 심판은 "여성 심판이 남자 리그에서 뛰는 것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여성 심판들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 남자 심판 중 하나인 김종혁 심판은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월드컵 본선에) 더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983년생인 김 심판은 올해 39세다. 월드컵에는 45세까지만 심판을 볼 수 있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김 심판에 마지막 월드컵 도전 기회다.
김 심판은 "만약 심판으로 못 가더라도 평가관이나 심판 강사로라도 월드컵에는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 축구는 정해상 심판이 부심을 맡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뒤 3개 대회 연속으로 '월드컵 심판'을 배출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