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박현경(22)이 2년 가까이 이어진 우승 갈증 해갈에 파란불을 켰다.
박현경은 9일 싱가포르의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탬피니스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3시즌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총상금 110만 싱가포르 달러)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쳤다.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7개를 골라내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친 박현경은 정윤지(22)와 함께 공동 선두에 나섰다.
박현경은 2022시즌에 한 번도 컷 탈락 없이 8번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준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하는 등 정상급 실력을 뽐냈지만, 정작 우승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KLPGA 챔피언십 2연패를 달성한 박현경은 1년 7개월이 넘도록 우승이 없다.
지난달 2022시즌 최종전을 38위로 마친 뒤 27일 만에 2023시즌 개막전에 나선 박현경은 작심한 듯 버디를 쓸어모았다.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해 13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뽑아낸 박현경은 17번(파4), 18번 홀(파5) 연속 버디에 이어 2번 홀(파4)에서 또 1타를 줄였다.
4번(파4), 5번 홀(파5) 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에 나선 박현경은 8번 홀(파5)에서 버디를 보태 선두로 경기를 끝냈다.
파 5홀 네 곳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낼 만큼 샷과 퍼트가 고루 잘 됐다.
박현경은 "오늘 샷 감각이 좋았다. 보기를 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달성해서 만족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에 우승이 없었던 사실에 "우승만 없었을 뿐이고 나머지는 다 좋았다"고 자평한 박현경은 "물론 우승이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번 시즌에 더 준비해야 할 부분을 알게 된 것 같다. 더 멋진 순간에 우승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며, 믿고 가고 있다"고 우승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박현경은 "내일 생각은 하지 않겠다"면서 "그린 기복이 매우 심해서 샷이 좋아야 한다. 오늘은 언덕을 넘겨야 하거나, 경사가 심한 퍼트가 없었다. 내일도 오늘 샷 감각을 지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뒤 3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 경쟁을 펼치는 등 눈에 띄는 경기력 향상을 보이며 상금랭킹 6위(7억3천901만 원)에 올랐던 정윤지도 버디 7개를 뽑아내 강력한 개막전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박지영(26)과 노장 안선주(35)가 6언더파 66타를 때려 공동 3위에 포진했고, 지난 시즌 제주에서 2승을 따낸 이소미(23)와 한국여자오픈 챔피언 임희정(22)이 5언더파 67타를 쳐 뒤를 이었다.
지난 시즌 6승을 쓸어 담아 상금왕 2연패를 달성한 박민지(24)는 4언더파 68타를 적어내며 공동 9위로 무난한 첫날을 보냈다.
박민지는 8번 홀까지 버디 없이 1타를 잃는 답답한 경기를 하다가 9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고 이후 버디 4개를 뽑아내는 저력을 보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다 1년 만에 KLPGA 투어 대회에 나선 최혜진(23)도 4언더파 68타를 때렸다.
박민지, 최혜진과 동반 경기를 펼친 LPGA투어 신인왕 아타야 티띠꾼(태국)은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3언더파 69타를 쳤다.
지난 시즌 대상과 평균타수 1위를 차지한 김수지(26)는 2오버파 74타로 부진했다.
신지애(34)도 74타를 쳐 2라운드 분발이 요긴해졌다.
홍콩 대표로 리우데자네이루와 도쿄 등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티파니 챈은 16번 홀(파3·123야드)에서 홀인원을 했다. KLPGA투어 2023시즌 첫 홀인원이다.
버디 3개에 보기 1개를 보태 4언더파 68타를 친 챈은 공동 9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