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도하에서 가장 행복한 공간이지 않을까요."
카타르에서 술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유통회사(Q.D.C.) 주류매장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고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Q.D.C.는 카타르에서 유일하게 주류 수입 및 배급이 허용된 업체로 매장이 전국에 단 2곳에 불과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기간 합법적으로 술을 살 수 있는 곳도 일부 행사장이나 고급호텔 외에는 이들 2곳이 거의 유일한 셈이다.
Q.D.C. 매장 진열대에는 프랑스 와인과 일본 사케, 멕시코 맥주 등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주류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1팩에 188리얄(약 6만8천원)짜리 버드와이저 맥주가 피라미드 모양으로 가득 쌓여 있고, 489달러(약 64만원) 크리스털샴페인도 전시돼 있다.
페퍼로니 피자, 스팸 통조림, 베이컨 등 돼지고기가 함유된 냉동식품을 채워 넣은 별도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카타르의 외국인 거주민들에게 사실상 '생명줄'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매장은 정부 허가를 거쳐야만 사용할 수 있다.
월드컵 개막 이후에는 축구팀과 후원사, 언론사 등으로 허가범위를 확대했으나 사용 기준도 깐깐하다.
일단 허가를 받더라도 1인당 월 구매량이 2천리얄(약 72만원)을 넘어서선 안 된다.
언뜻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월드컵에 참여한 선수들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몫까지 사들이려면 값싼 제품을 위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매장에서 구매한 주류를 되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줘서도 안 되고, 매장을 떠날 때는 제품을 보이지 않게 포장한 상태로 들고 다녀야 한다.
물론 카타르에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특권조차 누리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장 사용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선 월 급여가 3천리얄(약 108만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카타르 인구의 약 90%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의 급여는 대부분 그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NYT는 이러한 깐깐한 승인 기준은 외국인 노동자들 입장에서 구조적 불평등이 야기한 또 다른 사회 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합법적인 구매 경로에서 사실상 배제당한 이들 노동자는 결국 '어둠의 경로'를 통해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그중 플라스틱병에 담겨 8달러(약 1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밀주 '스리랑카'는 도수가 굉장히 높고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다만 카타르는 팬데믹 기간 Q.D.C.의 온라인 판매와 배달 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색다른 시도도 하고 있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서 맥주를 팔기로 한 계획을 개막 이틀 전 전격 철회했다.